제주해군기지 건설 갈등 관련
부석종 참모총장 “진심으로 사과”?
주민들 “용서는 하되 잊지않아”
부석종 해군참모총장이 31일 제주를 찾아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제주해군기지) 건설 사업으로 갈등을 겪어온 강정마을 주민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갈등의 당사자였던 해군의 공식 사과는 강정마을이 제주해군기지 부지로 결정된 지 13년 만의 일이다.
부 총장은 이날 서귀포 강정마을커뮤니티센터에서 진행된 해군본부-강정마을회 간 민군상생발전을 위한 협약식에 참석해 주민들에게 “제주해군기지 건설 추진 과정에서 주민들에게 불편과 갈등을 초래한 데 대해 진심으로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부 총장은 또 “해군기지 유치 과정과 공사 진행 과정에서 구상권 청구, 행정대집행 등 가슴 아픈 많은 일들이 있었다”며 “주민들의 응어리진 아픔과 상처를 지닌 채 지금껏 생활해 오신 것을 제주 출신이자, 제주사업단장을 역임한 제가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400여 년 동안 한 식구처럼 지냈던 강정마을의 공동체 회복을 위해 마을의 갈등을 넘어설 수 있도록 해군이 앞장 설 것”이라며 “마을회에서도 강정주민은 물론 제주도, 해군과 함께 모두가 상생협력해 나갈 수 있도록 힘을 모아달라”고 요청했다.
부 총장은 또 갈등 해소 차원에서 제주해군기지 관사 건립 반대 시설물 철거와 관련해 행정대집행 비용 납부 명령을 국방부가 직권으로 취소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이에 강희봉 강정마을회장은 “해군참모총장의 사과로 그동안 우리 가슴에 쌓아두었던 응어리가 완전히 풀어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하지만 과거에만 머물러 있으면 후손들에게도 우리와 같은 아픔을 물려주는 우를 범할 수 있기에, 용서는 하되 잊지 않으면서 미래로 나아갔으면 한다”고 답했다.
이날 해군과 강정마을은 '민군상생발전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을 통해 △국방부 소관 강정마을 지역발전계획 사업 추진 △강정마을 공동체 회복을 위한 민군협력 프로그램 운영 △제주해군기지 장병 자긍심 함양방안 마련 △양 당사자 간 민군상생 발전을 위한 사항 등을 협력키로 했다. 또 강정마을 공동체 회복을 위해 마련된 민ㆍ관ㆍ군 상생협의회의 실무회의 및 고위급회의 등을 통해 협력사항에 대한 계획을 발전시키고, 해군과 강정마을회가 참가하는 수시 간담회를 개최키로 했다.
제주 해군기지 반대운동을 벌여 온 강정평화네트워크는 이날 부 총장의 사과에 앞서 성명을 내고 “해군 총장이 진정 사과한다면 거짓, 기만, 폭력 위에 세워진 제주해군기지 건설 과정에 대한 진상규명이 전제돼야 한다”며 “강정마을회가 부 총장의 사과 자리를 만든 것이 해군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이 아닌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앞서 제주해군기지 갈등은 2007년 강정마을이 해군기지 부지로 확정된 이후 10여년 넘게 이어졌고, 그 과정에서 찬반 주민들 간에 갈등이 빚어져 마을공동체가 파괴되는 등 큰 후유증을 남겼다. 2016년 해군기지가 완공된 이후에도 강정마을의 갈등 문제는 아직까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해군기지 갈등과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10월 강정마을주민들과 만난 자리에서 유감을 표명했고, 이어 원희룡 제주지사도 지난해 7월 과거 행정의 잘못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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