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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는 안되고 '기자회견'은 가능...애매한 방역기준에 기자회견 봇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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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는 안되고 '기자회견'은 가능...애매한 방역기준에 기자회견 봇물

입력
2020.08.31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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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들 '집회' 금지에 '기자회견' 꼼수 속속
집회와 달리 신고 의무 없어?
진보ㆍ보수 막론하고 연일 기자회견?
전문가 "모임 원천 차단하는 취지 위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대전지역본부 조합원들이 31일 오전 대전고용노동청 앞에서 전태일3법 직접입법발의자 20만 조직화 및 하반기 투쟁선포 전국동시다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대전지역본부 조합원들이 31일 오전 대전고용노동청 앞에서 전태일3법 직접입법발의자 20만 조직화 및 하반기 투쟁선포 전국동시다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재확산하면서 서울시를 포함해 수도권 지방자치단체들이 '집회'를 금지하자, 이를 '기자회견' 형식으로 바꿔 사실상 집회를 진행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집회 금지 취지가 모임으로 인한 감염 위험성을 차단하는 것인 만큼, 기자회견에도 같은 수준의 제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1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이날 오전 11시 전국 16개 본부에서 '전태일 3법 직접입법발의자 20만 조직화 및 하반기 투쟁선포 전국동시다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국회 앞, 경기도청, 고용노동부, 경남도청 등지에 모여 근로기준법의 적용 범위를 5명 이상 사업장으로 제한한 근로기준법 11조 개정,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등 일명 '전태일 3법' 제ㆍ개정을 촉구했다.

이는 오는 5일로 예정됐던 대규모 투쟁선포대회(집회)를 신종 코로나 확산 우려가 커지자 기자회견으로 형식을 바꿔 진행한 것이다. 강화된 2.5단계 거리두기로 방역당국과 여러 지자체가 '10인 이상' 모임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발동하거나 집회 자제를 요구하고 있지만 이 대상에 기자회견은 해당되지 않은 헛점을 노린 것이다. 서울시의 경우 서울 전역의 10인 이상 집회를 오는 13일까지 금지 조치했고, 이를 어기면 감염병 예방법에 따라 3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을 수 있다. 하지만 10인 이상, 아무리 많이 모여도 경찰의 판단에 따라 이 모임이 집회로 분류되지 않는다면 전혀 문제가 없다.

사랑제일교회의 강연재 변호사 등 변호인단과 8ㆍ15 집회 비대위 관계자들이 지난 28일 서울 광화문광장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서 대통령 상대 집단소송 등 현 정부의 방역 정책 비판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사랑제일교회의 강연재 변호사 등 변호인단과 8ㆍ15 집회 비대위 관계자들이 지난 28일 서울 광화문광장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서 대통령 상대 집단소송 등 현 정부의 방역 정책 비판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집회와 기자회견의 구분을 두고는 과거에도 여러 논란이 있었다. 대개 기자회견이라고 하면서 사실상 집회를 할 경우 법정까지 가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집회는 최소 48시간 전에 집회 신고를 하는 반면 기자회견은 신고 의무가 없다. 대법원 판례를 보면 단체의 주장을 전면에 내세우는 '구호 제창'이나 '피켓팅'을 했다면 기자회견이 아닌 집회로 보는 경향이 짙었다.

경찰청 관계자는 "기자회견이라 하더라도 주로 불특정 시민 대상으로 반복적으로 구호를 제창한다거나 피켓팅을 하는 등 집회의 양태를 띄면 미신고 집회라고 보고 해산 절차를 진행하게 된다"며 "기자회견은 사실 전달을 중심으로 하는지 등 여러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서민경제 초토화하는 코로나 계엄 반대 시민비대위 회원들이 31일 서울 광화문광장 이순신 동상 앞에서 서민경제 국민기본권 압살 코로나 계엄 철폐 촉구 시국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서민경제 초토화하는 코로나 계엄 반대 시민비대위 회원들이 31일 서울 광화문광장 이순신 동상 앞에서 서민경제 국민기본권 압살 코로나 계엄 철폐 촉구 시국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보수단체들의 기자회견도 잇따르고 있다. 민주노총과 같은 시각, '서민경제 초토화하는 코로나 계엄 반대 시민비대위' 회원들은 서울 광화문광장 이순신 동상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과잉 방역, 과잉 대응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28일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의 강연재 변호사 등 변호인단과 8ㆍ15 집회 비대위 관계자들도 같은 장소에서 현 정부의 방역 정책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기자회견이라는 형식도 방역당국이 여러 형태의 모임을 금지하는 취지를 위반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마스크가 100% 예방을 하는 것도 아니고 모여 있는 시간이 길어지게 되면 음료를 마시거나 하는 등의 과정에서 접촉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며 "기자회견이나 집회나 사람이 모인다는 측면에서 차이는 없다"고 지적했다.

송옥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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