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너지공단 에스코사업 일환 추진
무림파워텍, 우림산업에 16억원 지원
보일러 설치 후 2년가까이 시험 가동 만
무림, 정책자금 상환 후 압류 등 압박

한국에너지공단 에스코사업 16억원이 투입된 보일러가 시동가동 중 잦은 고장으로 고철덩어리로 전락했다. 우림산업 직원들이 고철이 된 보일러 외부를 가르키면서 대화를 하고 있다. 임명수 기자
한국에너지공단의 에스코사업(ESCOㆍ에너지절약)으로 추진된 보일러(16억 원 상당)가 제대로 가동 한 번 못한 채 고철로 버려지게 됐다. 에너지공단 측은 정책자금을 회수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보일러를 설치한 중소기업은 에스코사업자로부터 자금 회수 압박을 받으며 도산 위기에 몰렸다.
에스코사업은 전기·조명·난방 등 에스코로 지정받은 에너지 전문업체(에스코사업자)가 공단의 정책자금으로 중소기업에 에너지절감 시설을 설치해 주면 중소기업은 절감한 예산으로 정책자금을 상환하는 사업이다.
지난 20일 경기 여주시에 위치한 ㈜우림산업 공장. 달걀판을 제작하는 이 공장 벽에 가압류 딱지 한 장이 붙었다. 4년 전 설치한 보일러 비용을 갚지 않는다는 이유로 에스코사업자인 무림파워텍㈜이 가압류한 것이다. 무림파워텍은 무림제지의 자회사다.
양측이 에스코사업을 추진한 것은 2015년 11월. 우림산업은 물에 불린 종이를 달걀판으로 찍어 이를 건조시키기 위해 LNG를 이용한 보일러를 사용하지만 원가 상승 등으로 월 2억 원에 달하는 비용이 늘 부담이다.
이때 지인으로부터 소개받은 한국에너지공단 에스코사업자인 무림파워텍 A이사로부터 ‘월 평균 8,000만원을 절약할 수 있는 보일러를 설치해 보라’는 제안을 받았다. 우림산업 측은 △에너지공단 정책자금 투입 △절감한 예산으로 장기간 상환 가능 △예산 절감 미달성시 차액 보존 등의 내용이 포함돼 ‘안 받아들일 이유가 없다’며 계약서에 서명했다.
에스코사업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우림산업 기존 공장 옆에 ‘고온열풍’ 방식의 보일러가 설치됐다. 저렴한 가격의 우드칩(목재에서 못 등을 분리한 뒤 연소하기 쉬운 칩 형태로 만든 열병합발전 원료)을 사용, 열을 내 따뜻한 바람으로 달걀판을 건조하는 식이다.
6개월이면 된다던 보일러는 1년 여 만인 2016년 11월 설치돼 시험가동을 시작했지만 잦은 고장으로 제대로 가동하지 않았다. 무림파워텍이 사용을 권고한 우드칩을 사용해도 마찬가지였다.
이 와중에 보일러 설치 대금 상환 문제가 발생하자 양측은 2016년 8월 보일로가 준공된 것처럼 ‘이면합의서’를 작성했다. 이후에도 양측은 1년 넘게 시험가동만 하다 2018년 11월 결국 포기했다.
이 과정에서 무림파워텍은 ‘이면합의서’를 내세워 공단에 정책자금 16억 원과 이자 등을 모두 상환했고, 자금을 회수한 공단 측은 우림산업의 에스코사업을 종료했다.

우림산업 내에 설치된 16억원 짜리 보일러가 가동만 하면 잦은 고장을 일으켜 고철 신세로 전락했다. 산산조각 난 채 방치된 보일러 부품을 직원이 가리키고 있다. 임명수 기자
이런 사실을 뒤늦게 안 우림산업은 사업 종료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다.
우선 우림산업이 상환해야 할 정책자금을 무림파워텍이 상환했는데 공단 측에서 아무런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다. 또 공단 측이 사업을 종료하려면 1회 이상 현장을 방문, 해당 시설이 제대로 설치 및 작동되는지 확인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 현장 방문 때 중소기업 측(우림산업) 관계자의 사인을 받아야 하는데 사인란에는 우림산업이 아닌 무림파워텍 A이사의 이름이 적혀 있다는 것이다.
윤우정 우림산업 대표는 “공단 직원이 현장 실사를 왔으면 나나 우리 직원을 만나 설명을 들어야 하는데 우리는 단 한 번도 만난적이 없다”며 “더욱이 현장 실사 완료 서류에 우리가 아닌 무림파워텍 A이사가 적혀 있는 이유를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단 측이 나몰라라 하는 사이 무림파워텍은 압류와 추심 등 온갖 압박을 가해 우리 목을 죄는데 억울해 잠을 잘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무림제지 법무팀 관계자는 “A이사는 우리 회사 정식 직원도 아닌 고문 정도의 위치에 있는 분이어서 잘 모른다”며 “다만 당시 보일러 설치 후 우림산업에 인계 후 자체 가동하는 과정에서 불량 우드칩을 사용한 게 가장 큰 원인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이어 “법적 다툼에서도 우리가 승소했기 때문에 그 근거로 자금 회수에 나선 것”이라고 했다.
한국에너지공단 관계자는 “당시엔 문제가 없었는데 직원에게 재확인해 보니 현장에 가서 둘러 본 후 사인을 받았다는 말을 들었다”며 “(무림파워텍 A이사 이름이 적힌 이유는) 우림산업 직원인 줄 알고 받았다고 해 문제될 게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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