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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한국일보>
지난 3월 코로나19 확산으로 국내 증시는 30% 넘게 떨어졌다. 이 기간에 외국인 투자자는 12조원이 넘게 주식을 팔았는데, 그 매물을 받아낸 주역이 ‘개미’라 불리는 개인투자자들이었다. 이들의 활약으로 국내 증시는 곧 회복세로 돌아섰고, 언론은 외세에 맞서 한국 경제를 지킨 ‘동학개미’라고 칭송했다. 하지만 모든 개미가 국내 증시를 지탱하려는 동학개미는 아니었다. 증시가 반등하자 주가 하락에 돈을 건 개미들도 많아졌는데, 이들이 주로 산 종목이 ‘곱버스’라 불리는 레버리지 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다.
□ ‘인버스 ETF’는 지수선물 투자라 변동성도 크고 매매 차익의 15.4%를 소득세로 떼인다. 여기에 ‘곱셈의 비밀’이 위험성을 키운다. 가령 지수가 3일간 ‘100→90→100’으로 변동했다면, 90으로 떨어진 날은 10% 하락하지만, 다시 100으로 회복한 날은 11.1% 상승한다. 3일 만에 지수는 제자리로 돌아왔어도, 인버스 ETF는 가격이 1.1%포인트 하락한다. 또 2배로 이익과 손실을 보도록 설계된 ‘곱버스’ 가격은 2.2%포인트 떨어진다. 곱버스는 한번 손실이 발생하면 좀처럼 회복하기 힘든 ‘개미지옥’이다. 3월 주가 반등기에 곱버스에 투자해 여전히 가지고 있다면 손실률이 30%를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 최근 코로나19가 재확산하자, 곱버스 투자 개미들이 다시 늘고 있다. 물론 증시가 단기 급등한 지금 같은 상황에서 곱버스 투자는 위험 회피를 위해 필요하고, 과열을 방지하는 효과도 있다. 문제는 투자 위험성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대박만 노리고 곱버스에 무리하게 투자하는 개미들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곱버스 투자가 과도하게 늘어나면, 지수선물의 시장에 영향을 미쳐 결국 주가 변동 폭을 키울 수 있다.
□ 최근 ETF 중 곱버스 상품 비중이 60%를 넘는 등 쏠림이 심각한 수준이다. 금융위원회는 결국 곱버스 투자 문턱을 높이기로 했다. 오는 7일부터 곱버스 매수 주문을 하는 신규 투자자는 기본예탁금 1,000만원이 필요하며 1시간의 투자자 교육을 받아야 한다. 곱버스는 개미가 대박 꿈을 실현하기엔 너무 위험한 투자다. “파생상품은 금융계의 대량살상 무기”라는 워런 버핏의 오래전 경고는 여전히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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