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카페ㆍ편의점?등도 방역 사각지대
2030 몰려 '풍선효과'… 방역당국 골치
“코로나로 잠시 일상을 멈추라고 하지만 3년 동안 준비한 시험이 코앞인데 어떻게 멈춥니까? 공부는 계속해야죠.”
31일 지방의 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 다니는 최모(32)씨는 수년 전 졸업한 대학교에 학생증을 들고 찾아갔다. 졸업으로 출입이 제한된 대학 도서관 및 열람실을 이용하기 위해 6개월간 5만원을 납부해야 했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로스쿨 개강은 10월 이후로 미뤄지고, 사회적 거리 두기 강화로 독서실 및 스터디카페가 문을 닫아서다. 변호사시험이 4개월밖에 남지 않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는 최씨는 “매일 12시간 이상 공부하기 위해선 가족과 함께 사는 집이 아닌 다른 공간이 필요하다”며 “집에서 한 시간 넘는 거리지만 대학교 열람실은 개방했다는 말을 듣고 집에 놔뒀던 학부 학생증을 들고 나왔다”고 말했다.
정부의 강화된 2단계 방역수칙 시행으로 수도권 내 독서실과 스터디카페 등이 막히면서 카페에서 공부하던 2030 카공족이 대학 도서관과 열람실로 몰리고 있다. 대학 내 시설들은 여전히 개방된 채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지만, 방역의 사각지대라는 우려도 뒤따른다.
이날 오전 서울 시내 모 대학 열람실은 대부분 만석이었다. 사회적 거리 두기 지침에 따라 1m 거리를 유지하기 위해 한 자리씩 비워두는 형태로 열람실이 운영되고 있는 가운데 층마다 배치된 수백 개 좌석이 모두 사용 중이었다. ‘열람실 내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한다’는 안내 문구가 있었지만 몇몇 학생은 마스크를 턱에 걸친 상태로 공부를 하기도 했다. 다른 대학들도 상황은 마찬가지여서 서울대를 비롯한 수도권 내 주요 대학의 도서관과 열람실은 여전히 개방 상태였다.
문제는 대학가 역시 코로나 안전지대는 아니라는 점. 실제 고려대에서는 지난 25일 코로나 확진자가 중앙도서관을 방문했고, 연세대ㆍ한양대ㆍ이화여대에서도 학생 또는 교직원이 잇따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그러면서 대학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정부의 방역지침에 맞게 도서관, 열람실을 중단해야 하는 것 아니냐’ 는 우려의 게시글이 잇따라 오르고 있다.
정부의 방역강화에 따른 풍선 효과는 대학 도서관뿐 아니라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식당과 호프집이 저녁9시 이후 문을 닫자 주당들은 편의점으로 달려가고 있으며, 프랜차이즈 카페에 대한 규제로 실내 매장 이용이 가능한 개인 카페나 제과점에 인파가 몰리고 있다. 사각지대로 떠오른 편의점 앞 야외 테이블에서는 밤 늦은 시간까지 술을 마시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프랜차이즈 카페를 이용하던 카공족들이 대학 도서관을 찾았다가 열람실 내 좌석을 찾지 못하고 인근 개인 카페에 몰려드는 현상도 목격되고 있다.
방역당국은 이처럼 사각지대로 몰리는 풍선효과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방역총괄반장 이날 브리핑에서 "앞으로 일주일은 코로나19의 대규모 유행을 막고 일상을 되찾기 위한 최후의 배수진"이라면서 "수도권 주민들은 앞으로 일주일간은 일상을 잠시 멈춘다는 생각으로 외출과 모임 등은 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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