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회가 31일 '국민의힘'을 새 당명으로 결정했다. 통합당은 9월 1일 상임전국위원회와 2일 전국위원회를 개최해 당명을 최종 확정할 방침이다. 당명 변경이 확정되면 정강ㆍ정책 개정과 함께 100일간에 걸친 김종인 비대위의 당 개혁 작업이 마무리된다. 특히 당명에 중도정당이 많이 사용한 '국민'이라는 단어까지 넣은 건 우경화했던 당의 체질을 개선하겠다는 의미여서 신선한 시도라고 평가할 만하다.
2000년대 이후만 해도 보수정당은 새누리당(2012), 자유한국당(2017), 미래통합당(2020) 등으로 숨가쁘게 이름을 바꿔 왔다.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에만 벌써 세 번째 간판 교체다. 하지만 궤멸에 가까웠던 지난 4ㆍ13 총선 결과를 보면 단순히 겉모습만 바꿔서는 보수정당이 처한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는 게 명백해진다. 물론 그간 변화 노력이 없었던 건 아니다. 기본소득을 정강정책 1호로 명문화하고 경제민주화, 양성평등 등 진보 진영의 의제를 끌어안았다. 집권 여당의 오만과 독주로 인해 반사이익을 얻은 측면도 있지만, 2주 전 통합당 지지율이 4년 만에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을 역전했던 건 앞으로 통합당 쇄신이 가야 할 방향을 잘 보여 준다.
최근 일부 보수 집단이 참여한 8·15 광화문 집회를 전후로 양당 지지율이 다시 10%포인트 이상 격차가 나기 시작한 것도 결국 같은 결론으로 귀결된다. 정권 비판에 눈이 멀어 공동체 안전을 위협하는 극단주의 세력과 절연하지 않으면 중도층은 언제든 등을 돌릴 수 있다는 경고다. "변화를 통해 새로운 기회를 포착하지 않으면 당의 존립에 문제가 있다"는 김종인 대표의 문제의식이 절실하다면 적당히 간판만 교체하는 걸로는 부족하다. 기득권ㆍ수구냉전 세력을 대표하는 정당 이미지를 탈피하려면 극우 세력과 과감히 결별하고, 합리적 중도와 보수를 아우르며 미래지향적 가치와 실용적 태도를 견지하는 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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