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합참의장에 원인철 내정
21년 만에 軍 기수 파괴 인사
문재인 대통령은 31일 신임 합동참모본부 의장에 원인철(공사 32기) 공군참모총장을 내정했다. 지난주 지명된 서욱 국방부 장관(육사 41기) 후보자보다 사관학교 입학 기준으로 1기수 '선배'다. 국방부 장관과 합참의장 간 기수가 역전된 건 20여년 만이다.
국방부는 31일 "신임 합참의장에 신임 서욱 국방부 장관 내정자의 의견을 반영해 현 공군참모총장인 원인철 공군대장을 내정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원 후보자에 대해 "전략적 식견과 작전 지휘능력이 탁월하고 국방개혁과 전작권 전환을 체계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역량과 전문성을 구비했다"며 "군심을 결집할 역량과 인품을 겸비하고 있어 합참의장으로 선발했다"고 설명했다.
원 후보자는 "중차대한 시기에 합참의장에 내정돼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확고한 군사대비태세를 확립하고 국방개혁 2.0과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추진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인사를 바라보는 군 안팎의 시선은 '놀랐다'는 반응 자체다. 어지간해서 '기수 질서'를 지키는 군 특유의 관례를 벗어난 인사이기 때문이다.
원 후보자는 지난 28일 국방부 장관으로 지명된 서욱 후보자보다 1년 선배다. 나이 역시 59세로 57세인 서 후보자보다 연장자다. 국군조직법에 따르면 합참의장은 군령(軍令)에 관해 국방부 장관을 보좌하고 국방부 장관의 명을 받아 전투를 주임무로 하는 각군의 작전부대를 작전 지휘ㆍ감독한다. 이번 인사로 '선배 합참의장'이 '후배 국방장관'의 지시를 받게 된 셈이다. 이같은 우려의 시선을 의식한 듯 군 관계자는 이날 "원 후보자와 서 후보자는 합참에서 19개월을 함께하는 등 '케미'가 좋은 편"이라고 강조했다.
군 서열 상 '넘버2' 격인 합참의장이 '넘버1'인 국방부 장관 보다 기수에서 앞서기는 조영길(갑종 172기) 합참의장과 조성태 국방부 장관(육사 20기)이 함께 근무했던 1999년 이후 21년 만이다.
육군 내 특정 기수가 군 수뇌부를 독식하는 모양새를 피하려는 청와대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당초 육군 내에서 국방부 장관과 합참의장 등 군 수뇌부 인사 대상자로 꼽혔던 인물은 서 후보자를 비롯해 남영신 지상작전사령관(학군 23기), 황인권 2작전사령관(3사 20기), 최병혁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육사 41기) 등이다. 이들은 모두 육사 41기 동기나 동기급이다.
이 중 서 후보자는 지난 28일 국방부 장관에 이미 지명됐다. 남은 인물 가운데 차기 합참의장과 육군총장을 선택하면, 국방부 장관ㆍ합참의장ㆍ육군총장 등 군 수뇌부 3인방이 모두 '육군 동기'가 될 수밖에 없었다. 익명의 정부 소식통은 "해군 출신의 송영무 전 국방부 장관과 공군 출신 정경두 현 국방부 장관 등 비(非)육군 선호가 강했던 현 정부의 육군 견제 성향이 이번 인사에서도 확인된 셈"이라고 전했다.
군 최고 수뇌부에 대한 연이은 파격 인사로, 조만간 있을 육군 총장 인사에서도 '이변'이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가 흘러 나온다. 특히 현 정부의 '육사 견제' 성향을 고려했을 때 학군 출신이자, 현 정부 초기 국군기무사령부(현 군사안보지원사령부) 해편(解編) 작업을 도맡았던 남영신 사령관이 육군 총장에 발탁되지 않겠냐는 관측이 많다. 그럴 경우 첫 비육사 출신 육군총장이 탄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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