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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중 낙연’에서 ‘쓴소리 이낙연’으로

입력
2020.08.31 18: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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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재
이충재주필

이재명과 지지율 경쟁서 앞설 기회 잡아
‘6개월 단명 대표’ 대선가도 독배될 수도
문 대통령에 민심을 가감 없이 전달해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1일 오후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을 방문해 현충탑에서 참배를 마친 후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1일 오후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을 방문해 현충탑에서 참배를 마친 후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


이낙연 신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당권 도전에 앞서 한때 출마 여부를 고민했었다. 압도적 대선 후보 지지율을 보이던 때였다. 거대 여당 대표는 잘해도 못해도 비난받을 수 있으니 아예 한발 물러서 있는 게 대선 이미지 형성에 득이 된다는 판단에서였다. 이런 ‘부자 몸조심’은 뒷짐 지고 있을 만큼 녹록지 않은 현실에 포기했지만 당시의 인식은 여전히 유효하다.

176석의 슈퍼 여당을 이끄는 당 대표는 막강한 자리다. 국민의 삶과 직결되는 법안을 만들고 개혁 입법을 성사시켜 존재감을 한껏 끌어올릴 수 있다. 일거수일투족이 주목을 끌고 반향을 일으킨다. 외곽에서 잔펀치를 날리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에 댈 게 아니다. 큰 거 한방이면 지지율은 단숨에 예전으로 되돌릴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그리 밝지 않다. '여당 독주' 프레임은 강고하게 자리잡은 상태다. 8월 국회서 보여 준 민주당의 입법 강행에 많은 국민은 고개를 저었다. 의석 수와 무관하게 한쪽이 일방적으로 국회를 주도하는 데 대한 견제 심리가 작동한 탓이다. 보수 야당이 아무리 어깃장을 놓아도 이를 무시하면 역효과가 난다는 사실을 민주당은 뼈저리게 느꼈을 것이다. 야당은 이런 약점을 노려 더욱 발목 잡기에 나서려 할 것이다.

임기 6개월의 단명이라는 점도 이 대표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공산이 크다. 대선 1년 전 사퇴 규정에 따라 내년 3월 물러나야 하는데, 공교롭게도 재보선 딱 한 달 전이다. 대선 전초전 성격인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당의 사활이 걸린 문제다. 당 대표가 경위야 어떻든 중도 하차하는데 대한 논란이 없을 수 없다. 게다가 서울시장 후보 공천권은 이 대표가 행사할 가능성이 큰데, 낙선이라도 하면 책임은 고스란히 그에게 돌아오게 된다.

정작 이 대표에게 닥친 더 큰 문제는 향후의 당청 관계다. 그의 대선 후보 급부상이 친문 세력의 절대적 지지를 배경으로 한다는 사실은 부인하기 어렵다. 문재인 대통령이 야당에 하고 싶은 말을 그가 국회에서 ‘사이다 답변’을 한 것이 친문을 사로잡았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줄곧 압도적 1위를 달린 것도 친문의 강력한 지지가 있기에 가능했다. 그런 그가 수직적 당청 관계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많은 사람이 의구심을 갖고 있다.

이 대표가 청와대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고 보는 또 다른 근거는 내년 하반기 치러질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이다. 대권을 꿈꾸는 이 대표의 1차 관문인 셈인데, 친문 지지자들의 의중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호남 출신인 그로서는 지지율 확장의 한계 극복 차원에서도 친문에 매달려야 하는 절박함이 더 크지 않을 수 없다.

이런 계산은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유지되면 순조롭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난관에 부닥친다. 여론조사에서 나타나듯 문 대통령과 이 대표의 지지율은 함께 움직인다. 정권 후반기로 접어들면서 대통령 지지율이 계속 떨어진다면 그로서는 가만히 있다 유력 후보에서 이탈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대표에게 최악의 상황은 자신에게 쏠렸던 친문의 지지가 이 지사 쪽으로 옮아가는 경우다. 여론조사에서 이 지사가 크게 앞지르는 상황이 된다면 얼마든지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다.

이 대표가 사는 길은 청와대가 아닌 국민을 보는 것이다. 청와대에 협력할 것은 하되 비판적 메시지도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문 대통령이 “언제든 이 대표 전화를 최우선으로 받겠다”고 한 만큼 주저 없이 민심을 전해야 한다. 이 대표는 민감한 현안에 지나칠 정도로 신중한 태도를 보여 ‘엄중 낙연’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젠 ‘쓴소리 이낙연’이 돼야 활로가 열릴 것이다.

이충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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