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취재(본보 7월 30일자)를 위해 지난달 중순 베트남 유명 휴양지 다낭시를 다녀왔다. 한창 기사 마감 중이던 같은 달 26일 감염경로가 확인되지 않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환자가 다낭에서 처음 나왔다는 소식을 접했다. 감염 허브는 다낭종합병원. 차분히 취재 동선과 대조해보니 별다른 접촉 가능성은 없었다. 일단 지역 공안에 다낭 방문 사실을 신고부터 하고 큰 두려움 없이 기사를 송고했다.
하지만 사흘 뒤 하노이 한인 거주 지역에서도 다낭발 확진자가 발생했다. 환자의 하노이 복귀 과정을 살펴보는데 이런, 다른 시간대 항공편이었으나 기자와 같은 날 다낭과 공항을 이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출장 2주가 지났고, 의심 증상도 없었으나 마음이 급해지기 시작했다. 공안에 검사를 요청해도 “현지인 파악에도 정신 없다. 마스크나 잘 쓰고 다니라”는 심드렁한 반응뿐이다. 그렇다. 여긴 베트남이고 기자는 검사 후순위인 외국인이었다.
그때부터였다. 없던 열감이 생기는 것 같고, 기운도 빠지는 듯했다. 머리 속에는 취재 과정에서 목도한 베트남의 열악한 방역 현실만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확진자 거주지와 직장을 완전 봉쇄하는 극단적 방역 전략, 여전히 낯선 언어와 외국인에 대한 배타성. 이성은 “감염됐을 리 없다”고 토닥였지만 공포는 이미 몸을 지배했다. 고립에 대한 두려움도 시간이 갈수록 커졌다. 재외국민은 한국 정부가 주관하는 각종 지원 대책의 사각지대에 있다는 사실 역시 새삼 깨달았다.
어떻게든 결론내자는 마음에 이틀 연속 보건소를 찾아 현지인들 틈에 줄을 서 검사 신청서를 꾸역꾸역 제출했다. 구걸하다시피 받은 검사 결과는 음성. 베트남어로 적힌 확인서를 여권 케이스에 넣으니 머리를 짓누르던 불안이 그제야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다만 그날 이후 “우리끼리 뭉쳐 버텨야 한다”는 취지의 한인 커뮤니티 글에 자주 시선이 머문다. 걱정과 고립감 속에서 비슷한 불면의 밤을 한번쯤은 보냈을 베트남 내 우리 국민 수는 20만명이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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