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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일본 도쿄도에서 발행된 주요 일간지 1면에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전날 사의를 표명한 사실이 보도돼 있다. 도쿄=연합뉴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건강상 이유로 사의를 밝히면서 ‘아베노믹스(아베 내각의 경제전략)’의 미래에 대한 시장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런 관심을 투영하는 일본 주식시장은 사임 발표 당일 잠시 출렁였지만, 다음 거래일인 31일 하루 만에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후임 총리가 누가 되든, ‘아베노믹스 시즌2’가 될 것이란 관측이 시장을 지배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1거래일만에 회복한 닛케이지수
31일 일본 도쿄증시의 주요 지수들은 일제히 상승 마감했다. 대표지수인 닛케이225지수는 이날 전 거래일보다 257.11포인트(1.12%) 오르며 2만3,139.76에 장을 마감했고, 도쿄증시 1부를 반영한 토픽스 지수도 전장보다 0.83% 상승 마감했다. 사임 소식이 전해졌던 지난 28일 닛케이225지수는 전일 대비 1.41% 하락 마감했고, 장중 한때 2.6%까지 떨어졌지만 불과 1거래일 만에 낙폭을 대부분 회복한 셈이다.
앞서 지난 28일 일본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주가 하락 배경으로 “아베 총리 사퇴로 아베노믹스에 따른 엔화 약세와 주가부양 기조 전망이 불투명하게 됐다는 인식이 확산됐다”고 보도했다.
아베노믹스는 장기 불황 극복을 위해 아베 정권이 추진해 온 경제 정책이다. 아베 총리는 2012년 12월 취임하면서, △대규모 금융완화 △재정지출 확대 △성장전략이란 이른바 ‘3개의 화살’을 앞세운 탈(脫)디플레이션 정책에 돌입했다. 이후 2013년부터 중앙은행을 앞세워 연간 60~70조엔의 유동성을 공급하며 재정지출과 성장전략을 통해 경기 부양에 나서왔다.
실제 아베노믹스가 엔화 약세ㆍ주가 강세를 불러오면서, 2차 내각 출범 당시 1만230.36엔이던 닛케이225 주가는 현재 2배 이상 뛰었다. 일본 내에서는 이 같은 증시 활황이 일본 기업의 체력 강화가 아닌 엔화 약세의 ‘선물’인만큼 거품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그러나 사임 발표 당일에는 공과(功過)를 떠나 일본 경제정책의 밑그림을 그렸던 수장이 바뀔 경우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시장에 팽배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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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정권 시기 일본 닛케이225 지수 추이
어차피 아베노믹스 시즌2?
그러나 증시의 방향이 하루 만에 바뀐 것은, 결국 시장이 "당분간 아베노믹스 시즌2가 이어질 것"으로 봤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이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이 자민당 총재 선거 출마를 검토한다는 소식에 안심했고 △그가 현재의 경제정책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봤다는 것이다. 의원내각제를 채택한 일본에서는 집권당의 총재가 총리가 된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스가 후보가 당선되면 기존처럼 아베노믹스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1년 남짓한 임시총리직으로는 대규모 내각 개편과 구조 개혁이 힘들다”고 설명했다. 김환 NH투자증권 연구원도 “(다른 자민당의) 유력 후보들도 아베노믹스 기조를 유지하되, 정책의 일부 보완을 언급하는 정도를 언급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경제 상황이 크게 악화한 상황에서 일본 정부가 그간의 아베노믹스 기조를 버리고 갑자기 긴축 정책으로 전환하기는 쉽지 않다는 현실론도 작용하고 있다.
일본은행 이사를 지낸 몸마 가즈오 미즈호종합연구소 이코노미스트는 “적어도 코로나19가 수습될 때까지는 금융완화 노선을 수정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아베 총리가 물러나도, 일본의 통화정책을 주도하는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의 임기가 2023년까지 남은 만큼 큰 방향이 바뀌진 않을 것이란 분석도 적지 않다.
다만 일각에서는 차기 총리가 독자적인 색깔을 내기 시작하면 정책 재검토가 이뤄질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코야마 켄타로 도이체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차기 총리가 취임한 후 2021년께부터 서서히 정책이 바뀔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간 디플레이션 탈피와 지속적인 경제 성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2013년 정부와 일본은행이 합의한 공동성명을 다시 손 볼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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