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사형수 사동의 '빅 슬러거'

입력
2020.09.02 04:30
26면
0 0

와이오밍 주립교도소 올스타즈(9.2)

사형수 등 죄수들로 구성된 1911년 미국 와이오밍주립교도소 야구팀 '올스타즈'. Wyoming State Archive.

사형수 등 죄수들로 구성된 1911년 미국 와이오밍주립교도소 야구팀 '올스타즈'. Wyoming State Archive.


1911년 여름 미국 와이오밍주 롤린스(Rawlins) 주립교도소 야구팀이 창설됐다. 죄수 12명으로 구성된 '와이오밍 주립교도소 올스타즈(WSPAS)'였다.

갓 부임한 교도소장(Felix Alston)은 1901년 교도소 개장 이래 최초로 운동장을 개방했다. 죄수들이 가장 즐긴 게 야구였고, 소장은 주지사 승인을 얻어 팀을 발족시켰다. 주장은 목초지 시비끝에 이웃 목부 셋을 살해하고 20년 형을 받은 조지 서밴(George Saban)이었고, 투수는 강간범 캐머런, 4번 타자는 불륜 연인의 남편을 살해한 사형수 조셉 셍(Joseph Seng)이었다.

7월 18일, 지역 실업 최강팀 '와이오밍서플라이컴퍼니 주니어스'와의 첫 경기. 올스타즈는 예상을 깨고 11대 1로 압승했다. '슬러거' 셍은 홈런 2개를 포함해 그랜드슬램을 달성했고, 언론은 주전의 면면을 대서특필했다.

당시 와이오밍의 법치는 무척 난폭했다. 가죽을 벗기는 형과 인피로 구두를 만드는 일까지 허용된 게 불과 20년 전이었다. 목초지를 다투다 총을 드는 건 아직 '서부 사나이'의 무용담이었고, 불륜이든 어쩌든 연적을 죽인 건 '낭만 범죄'였다. 감형 청원이 쇄도했다. 그들은 스타였다.

올스타즈는 2차전(11대 1) 3차전(11대 4)도 승리했다. 실책을 범하면 형이 늘고 승리에 기여하면 줄여주기로 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선수들은 식사에서부터 차별적으로 우대받았다. 물론 간수들도 베팅에 동참했다.

4차전은 8월 29일, 셍의 처형 예정일(8월 22일) 뒤였다. 형 집행은 연기됐고, 올스타즈는 목숨 건 투혼 끝에 또 승리(15대 10)했다. 4전 전승. 하지만 그게 끝이었다. 교도소가 도박을 조장한다는 투서 때문에 팀은 해체됐다. 셍은, 생의 마지막 한 해를 환호 속에 보내고 이듬해 5월 처형됐다.

2014년 9월 2일 두 명의 작가가 그 사연을 발굴, '사형수 사동의 올스타즈(Death Row All Stars)'란 제목의 논픽션을 출간했다.

최윤필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