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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날씨를 아시나요

입력
2020.08.31 13:33
수정
2020.08.31 17:23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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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아
황정아인공위성을 만드는 물리학자

편집자주

우주의 시선으로 볼 때 우리가 숨쉬는 지구,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인공위성 만드는 물리학자 황정아 박사가 전하는 '미지의 세계' 우주에 대한 칼럼이다.


태양에서 불어나오는 태양풍은 지금 이 순간에도 끊임없이 지구를 덮쳐오고, 지구 자기장은 이런 태양풍으로부터 지구를 보호하는 든든한 방어막이다. 사진은 태양(왼쪽)에서 지구를 향해 태양풍이 부는 모습을 형상화한 것. ⓒNASA

태양에서 불어나오는 태양풍은 지금 이 순간에도 끊임없이 지구를 덮쳐오고, 지구 자기장은 이런 태양풍으로부터 지구를 보호하는 든든한 방어막이다. 사진은 태양(왼쪽)에서 지구를 향해 태양풍이 부는 모습을 형상화한 것. ⓒNASA

올해 5월, 비행으로 인한 방사선 피폭으로 급성골수성백혈병에 걸렸다며 산업재해를 신청했던 대한항공 전직 승무원이 끝내 숨을 거뒀다. 대한항공에서 우주방사선으로 산재를 신청한 첫 번째 경우였다. 그는 2009년 입사 후 주로 북극항로를 오가며 근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 뒤로도 3명이 추가로 우주방사선을 원인으로 산재신청을 했다. 직업병 전문의사들은 "승무원의 방사선 노출과 혈액암 사이에 업무 관련성이 존재한다"고 말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6년부터 북극항로 운항을 시작했다. 북극항로란 북극해를 지나가는 비행기의 항로로, 국적기의 경우 미국 동부 노선의 귀국 편에 주로 북극항로를 이용한다. 북극항로를 이용하면 비행시간을 단축할 수 있어서 연료를 줄일 수 있고, 또 그 연료 무게만큼 승객과 화물을 추가로 실을 수 있어서 경제적으로는 당연히 이득이다. 항공사 입장에서는 뚜렷한 문제가 없는 한 이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하지만 실제로는 반드시 고려해야 할 문제가 있다. 바로 '우주 날씨'다. 그렇다면 북극을 지날 때 왜 반드시 우주 날씨를 고려해야 할까? 지구가 하나의 커다란 자석이기 때문이다. 우리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자기력선들이 지구 주위 공간을 빼곡하게 채우고 있다. 막대자석 주위의 철가루가 빼곡하게 배열되는 모습을 상상하면 된다. 자기력선은 남극에서 나와 북극으로 들어가는 방향으로 배열되어 있다. 사실 이 지구자기장은 인류의 생존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지구 자기장은 태양풍으로부터 지구를 보호해 주는 방패 기능을 하고 있다. 태양풍은 지금 이 순간에도 태양에서 끊임없이 지구를 향해서 불어오고 있다. 지구 자기장이 영향을 미치는 공간을 지구 자기권이라고 한다. 한편 극 지역은 태양풍 입자들이 지구 대기로 들어오는 통로가 되기도 한다. 태양풍 입자들이 지구 대기의 질소, 산소 분자들과 반응해서 내어놓는 빛이 바로 오로라다. 아름다운 오로라는 사실 태양풍을 만난 지구 자기력선의 역동적인 춤사위였다.

태양 빛은 생명의 근원이지만, 태양풍과 지자기폭풍은 지구에 큰 피해를 줄 수도 있다. 우주 날씨의 원인은 태양이다. 태양에서 오는 영향은 태양방사선폭풍, 지자기폭풍, 전파폭풍으로 설명한다. 이들은 각각 세 가지 종류의 물리적인 인자들인 고에너지 양성자, 자기장, 전파에 기인한다. 태양 표면에서 자기장이 강하고 온도가 주변보다 상대적으로 낮아서 까맣게 보이는 지역이 있는데, 이를 '흑점'이라고 한다. 흑점에서 폭발이 일어나면서 태양 플레어나 코로나 물질 방출이라는 거대한 우주 날씨 이벤트를 만들게 된다.

태양방사선폭풍은 태양에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가 높은 양성자들이 일시적으로 증가하는 현상이다. 이 태양방사선폭풍이 우주 방사선 증가의 직접적인 원인이다. 방사선 이벤트가 발생하면, 우주에 상주하는 인공위성과 우주인이 방사선 피폭을 입을 수도 있다. 지자기폭풍은 지상의 자기장 측정 장비에 교란을 일으킨다. 강력한 지자기폭풍이 발생하면 지상에 있는 전력망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실제로 1989년 3월에 발생한 강력한 지자기폭풍 기간에 캐나다 퀘벡주 전역의 송전시설이 고장을 일으켜 약 2만 ㎽의 전력 손실이 일어났고 600만명의 주민이 9시간 동안 전력을 공급받지 못했다. 태양전파폭풍은 지구의 전리권을 교란한다. 전리권 교란은 전파통신에 심각한 피해를 일으킬 수 있다. 1989년 3월 이벤트 동안 방송에 심한 간섭현상이 나타났는가 하면 전 세계적으로 단파 통신이 거의 불가능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대한항공 승무원의 방사선 피폭에 의한 백혈병 발생은 실제로 우주 날씨가 우리의 삶과 매우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증거가 될 수 있다. 우리는 중요한 일정을 계획하면서 항상 기상청의 날씨 예보를 확인한다. 인류의 삶이 더 문명화되고 인공위성이 보내오는 자료에 의존하게 될수록 우주 날씨 정보는 더 중요해진다. 우리는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주변 환경에 대해서 알아야 하고, 우주는 지구의 중요한 환경이다. 지구에 사는 우리는 이미 우주 날씨 정보가 필수인 '우주인의 삶'을 살고 있다.

황정아 인공위성을 만드는 물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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