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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교육 책인데 외설적이라고요? 한국이 구시대적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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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교육 책인데 외설적이라고요? 한국이 구시대적이네요"

입력
2020.08.31 14:51
수정
2020.08.31 17:49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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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정성 논란 '아기는 어떻게 태어날까'?
저자 페르 홀름 크누센 이메일 인터뷰

덴마크에서 아동 성교육 도서로 널리 알려진 '아기는 어떻게 태어났을까'의 저자 페르 홀름 크누센. 크누센 제공

덴마크에서 아동 성교육 도서로 널리 알려진 '아기는 어떻게 태어났을까'의 저자 페르 홀름 크누센. 크누센 제공


“정말 터무니 없는 소리네요. 지난 50년 동안 덴마크는 이 책을 어린이들에게 필독서로 읽혔어요. 그래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어요.”

아동 성교육 도서 ‘아기는 어떻게 태어날까’의 저자 페르 홀름 크누센(74)씨. 그의 책이 한국에서 때 아닌 외설 논란에 휩싸였다는 소식을 이메일로 전하자 “구시대적 발상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란 반응이 제일 먼저 튀어나왔다.


'아기는 어떻게 태어날까'를 소개하고 있는 덴마크 국립박물관 홈페이지 영상 캡처. 박물관은 이 책을 '덴마크인의 지난 100년 동안의 이야기' 전시에서 지난 100년간 꼽을 만한 100개의 물건 중 하나로 선정했다. 전시회 홈페이지(https://natmus.dk/museer-og-slotte/nationalmuseet/udstillinger/saerudstillinger/en-skat-til-danmark/) 참조.

'아기는 어떻게 태어날까'를 소개하고 있는 덴마크 국립박물관 홈페이지 영상 캡처. 박물관은 이 책을 '덴마크인의 지난 100년 동안의 이야기' 전시에서 지난 100년간 꼽을 만한 100개의 물건 중 하나로 선정했다. 전시회 홈페이지(https://natmus.dk/museer-og-slotte/nationalmuseet/udstillinger/saerudstillinger/en-skat-til-danmark/) 참조.


'아기는 어떻게 태어날까'는 1971년 출간됐다. 남녀가 사랑에 빠져 성관계를 맺고 아이를 임신하고 출산하는 과정을 해부학적 그림과 함께 알기 쉽게 설명해놓은 게 특징. 출간 직후 덴마크 문화부에서 아동도서상을 받았고 유아동 성교육 자료로 50년 넘게 널리, 보편적으로 쓰이고 있다.

덴마크 국립박물관은 4일부터 여는 ‘덴마크인의 지난 100년 동안의 이야기’ 전시에서 이 책을 '덴마크 역사를 대표하는 100개의 물건' 중 하나로 선정했을 정도다. 덴마크로선 자랑하고픈 '보물'인 셈이다.

하지만 한국에선 그저 ‘야한 책’으로 전락해버렸다. 이 책은 여성가족부가 성인지 감수성 교육을 위해 초등학교와 도서관에 배포하는 ‘나다움 어린이책’ 사업(총 134종)에 선정됐다. 보수 기독교 단체와 일부 국회의원이 '조기 성애화를 부추길 우려가 있다'고 반발하면서 여가부는 결국 회수 조치를 내렸다. ‘엄마 인권 선언’ ‘아빠 인권선언’ ‘자꾸 마음이 끌린다면’ 등에는 '동성애를 미화한다'는 꼬리표가 붙여졌다.


김병욱 미래통합당 의원이 '아기는 어떻게 태어날까' 책에서 문제 삼은 부분. 지나치게 노골적으로 성관계를 묘사하고, 성교를 놀이처럼 표현했다고 비판한다. 김병욱 의원 블로그 캡처

김병욱 미래통합당 의원이 '아기는 어떻게 태어날까' 책에서 문제 삼은 부분. 지나치게 노골적으로 성관계를 묘사하고, 성교를 놀이처럼 표현했다고 비판한다. 김병욱 의원 블로그 캡처


성관계를 지나치게 노골적으로, 그리고 “재미있고 신나고 멋진 일”로 표현한 것이 문제라는 지적을 전하자 크누센은 “올바른 성교육을 위해 아이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가장 현실적으로 그려냈을 뿐”이라 반박했다. 아이들에게 성 문제는 감추면 감출수록, 왜곡된 정보만 심어줄 우려가 크다. 크누센은 성범죄가 갈수록 흉악해지는 것 또한 "성과 성에 관련된 지식을 억압하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아기는 어떻게 태어날까 책 표지

아기는 어떻게 태어날까 책 표지


크누센은 여가부가 반론이 제기되자마자 책을 회수했다는 점에 대해서도 의아하게 여겼다. “덴마크에서도 책을 처음 냈을 때 아주 보수적인 기독교 정치인들은 '이 책이 공공도서관에 깔려선 안 된다'고 막아섰지만, 상당수의 정치인들이 이런 주장에 반대하면서 결국 책이 살아남았어요.” 한국은 이런 의견수렴이나 반론 제기조차 없느냐는 반문이다. “이 책은 일본 등 여러 나라에 출간됐지만 한국처럼 선정성 시비가 제기된 곳은 없었어요. 아이들이 어떻게 아기가 만들어지는지 궁금해할 때 한국 사람들은 무어라 설명해줄지 궁금합니다."

강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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