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사태와 긴 장마의 영향으로 올해 추석 선물세트 인기 품목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다.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며 확산 중인 '홈술' '홈카페' 추세와 건강에 대한 높은 관심이 술과 커피, 건강식품 판매량을 끌어올리고 있다. 반면 장마로 과일 수급에는 비상이 걸려 과일세트가 예년만큼 단골 선물의 자리를 지키지 못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31일 이마트가 이달 13~28일 추석세트 사전예약 매출을 분석한 결과 전체 매출은 지난해 동기보다 57% 늘었다. 코로나19로 예년처럼 대면 인사가 어렵기 때문에 오히려 선물세트 판매량이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가장 높은 신장률을 보인 품목은 건강세트다.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이 285%로 4배 가까이 늘었다. 코로나19 사태를 고려해 올해 이마트가 처음으로 포함시킨 위생세트는 800세트 넘게 판매됐다.
와인과 커피 세트도 강세다. 와인세트 판매량은 4,500세트로 지난해 동기보다 96.1% 늘었다. 커피세트 신장률은 126%로 집계됐다.
특히 와인의 경우 식사와 함께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술로 인식이 바뀌면서 인기 선물세트로 떠오르는 추세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올해 1~7월 와인 매출이 지난해보다 12% 증가했다. 추석 선물용 판매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롯데백화점은 한식, 양식, 중식 등 다양한 음식에 곁들이기 좋은 와인으로 세트를 구성했고 와인 선물세트 물량도 평소 대비 10~20% 확대했다. 박화선 롯데백화점 주류 바이어는 "와인이 대중화돼 추석 선물세트로 인기가 높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선물세트 종류를 늘리고 가격대도 5만~20만원대로 다양하게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추석 선물의 대명사로 꼽히던 과일은 긴 장마 탓에 물량 확보가 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조량이 부족해 잘 자라지 않기 때문인데, 가장 타격이 큰 과일은 배와 사과다. 한국 농촌경제 연구원에 따르면 2020년산 햇배 생산량이 지난해보다 19%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사과 공급량도 10% 하락할 전망이다.
선물세트에 쓰려면 크기가 크고 외관이 좋은 과일이 필요한데 생산량 부족으로 시세가 오를 것이라는 게 유통업계의 설명이다. 이로 인해 이마트의 경우는 크기나 모양이 규격화되지 않은 B급 상품까지 포함해 대량 매입해 물류비용을 줄이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올 추석 선물세트 주요 키워드는 건강과 홈술, 홈카페, 장마로 나타났다"며 "바뀌는 트렌드에 맞춰 안정적으로 물량을 확보해 저렴한 가격에 선물세트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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