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영(19ㆍ인삼공사)은 프로 데뷔 첫해인 지난 시즌 극심한 성장통을 겪었다.
학창 시절엔 큰 키(190㎝)에 강한 스파이크를 바탕으로 왼쪽 공격수로 활약, ‘초대형 공격수’로 평가받으며 지난해 신인 드래프트 1순위로 인삼공사에 지명됐다. 하지만 수비와 리시브 등 기본기에서 부족함을 드러냈다. 지난 시즌 V리그에서 20경기(38세트)에 교체 출전, 20득점(공격 성공률 28.1%)에 그쳤고 실책은 12개나 됐다. 당연히 출전 기회도 줄어들었다.
정호영의 부진과 함께 ‘제2의 김연경’ 등 기대 섞인 별명은 오히려 악플의 빌미가 됐다. ‘제2의 김연경 포텐(잠재력)은 언제 터지느냐’ ‘10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 할 피지컬인데 이렇게까지 못할 줄 예상 못했다’ 등의 악플이 쏟아졌다. 마음의 상처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정호영은 “(악플을) 안 보면 괜찮은데 사람이다 보니 궁금해서 보게 된다”면서 “왜 원하지 않던 기대를 받고 원하지 않는 욕을 먹는지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하지만 이젠 내성이 생겼다. 내가 못하면 욕 먹는게 맞다고 넘긴다”며 웃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정호영은 리시브 약점을 지우고 높이와 강력하고 빠른 스윙의 강점을 살릴 수 있는 센터로 전격 변신했다. 실제로 정호영은 키(190㎝)도 크지만 제자리 점프 62~63㎝, 러닝 점프는 73㎝에 달한다. 이영택 감독은 “원래 신장과 점프 등 높이가 좋은 선수였다. 지난 시즌 선발로 뛰지 못한건 결국 리시브와 수비 때문이었다”면서 “수비 부담이 적은 센터에서 본인의 장점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물론, 포지션 변경 직후 리딩 블로킹(상대 공격 예측), 제2 동작(블로킹 후속 동작)이 쉽지 않았다고 한다. 정호영은 “처음엔 중앙에서 상대 공격을 따라다니기 정말 힘들었다”면서 “하지만 연습할수록 재미있고 실력도 는다는 생각에 포지션을 잘 바꿨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센터 출신인 이영택 감독은 물론 선배들도 그의 변신을 적극 돕고 있다. 정호영은 “감독님은 본인의 직접 경험담을 통해 얻은 노하우를 알려주신다”면서 “한송이 선배는 제2 동작을, 박은진 선배는 외발 공격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려준다”고 전했다.
변신 후 첫 공식 경기였던 지난 30일 GS칼텍스와 경기에선 3세트부터 교체 출전해 공격 7점(성공률 50%) 블로킹 3점(유효 블로킹 2개) 서브 2점 등 12득점 맹활약했다. 특히 25-25로 맞선 3세트에서 연속 서브 득점으로 세트를 마무리했고, 5세트 4-4에서도 상대 강소휘의 강한 공격을 블로킹으로 막아내며 흐름을 바꿨다.
정호영의 깜짝 대활약과 함께 인삼공사는 세트 스코어 3-2(12-25 18-25 27-25 25-23 15-11)로 스윕 역전승을 거뒀다. 정호영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서브 실수만 하지 말자고 생각했는데 공이 상대 코트 안에 뚝 떨어졌다. 나도 놀랐다”며 웃었다. 적장이었던 차상현 GS칼텍스 감독도 정호영에 대해 “생각했던 것보다 눈에 띄게 성장한 듯하다”며 “앞으로 한국 배구를 짊어질 선수다. 상대 팀이긴 하지만 정호영 성장은 배구인으로서 반가운 일”이라고 평가했다.
인삼공사는 국가대표 센터 한송이를 주축으로 박은진과 정호영까지 리그에서 가장 탄탄한 센터진을 갖추게 됐다. 일각에서는 “정호영이 중앙에서 이정도만 해주면 ‘한송이 레프트 복귀’도 허언이 아니다”라는 말까지 나온다. 이영택 감독은 “아닌게 아니라, (한)송이에게 어제 농담으로 (레프트 복귀를) 던졌더니 송이도 ‘그럴까요?’라고 농담으로 받아쳤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한)송이가 지금 센터에서 훌륭하게 제 몫을 해 주고 있다. 지금 포지션을 유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호영은 그간 기대만큼이나 많은 악플을 받았다. 하지만 포지션 변경과 함께 악플이 칭찬으로 이어지길 바란다. 정호영은 팬들에게 “새로운 시즌에 새 포지션으로 인사드린다. 예전보다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 새로운 기대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