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대기업 시공 도심주상복합 인근 주민들, 정신건강 적신호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대기업 시공 도심주상복합 인근 주민들, 정신건강 적신호

입력
2020.09.03 17:10
수정
2020.09.03 17:28
0 0

일부 주민들 "공황장애로 약 없이 못살아…
수 차례 민원에 '악성 민원인' 취급' 분통
구청은 "중재 중… 시간 걸려" 느긋하기만

대구 중구 주상복합건물 공사 현장 인근의 주민 일부가 공황장애와 불면증을 호소하고 있다. 김민규 기자 whitekmg@hankookilbo.com

대구 중구 주상복합건물 공사 현장 인근의 주민 일부가 공황장애와 불면증을 호소하고 있다. 김민규 기자 whitekmg@hankookilbo.com


주상복합건물 신축 현장에서 진동과 소음으로 불면증을 호소하는 주민들이 민원을 넣었지만 중구청은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해 주민들의 원성을 듣고 있다.

주상복합건물 신축 현장에서 진동과 소음으로 불면증을 호소하는 주민들이 민원을 넣었지만 중구청은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해 주민들의 원성을 듣고 있다.


국내 유명 건설사인 S건설이 시공 중인 주상복합건물 인근 주민 중 일부가 공사장 소음 등으로 정신과 질환을 앓고 있지만 건설사는 이를 외면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터파기 과정에 발생한 인접 건물 피해에 대해서도 수 차례에 걸친 민원과 신고, 읍소 끝에 6개월이 지나서야 겨우 일부만 보수해 원성이 높다. 이 건설사는 2019년 일반건설사 시공능력(도급순위) 230위 안에 드는 대형 건설사다. 대구 1위인 화성산업은 39위다.

대구 중구 삼덕동 김성자(57)씨는 반년 째 공황장애를 앓고 있다. 지난 2월 S건설사가 인접 부지에 주상복합아파트 건축을 위한 터파기를 시작하면서부터다. 소음에다 공사장 진동으로 벽에 걸린 액자가 떨어졌다. 욕실 벽에 금도 갔다. 이 같은 일이 반복되면서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급기야 2월 23일 공사장 진동으로 내려앉은 욕실 천장에서 전기합선으로 불까지 날뻔했다. 이때부터 김씨는 약이 없이 일상생활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다. 중구에 신고, 담당공무원이 3차례 현장점검을 했지만 그때뿐이었다.

김씨 집 인근 원룸에 사는 한 주민은 수면제를 달고 산다고 했다. 그는 “하는 일이 야간업무가 많아 낮에 자야 하는데, 창문을 꽉 닫아도 공사소음과 진동 때문에 잠을 설치고 있다”며 “수면제를 먹어도 잠을 제대로 못 자니 일터에 앉아 있어도 공사장 진동과 소음이 들리는 것 같다”고 호소했다.

엄연한 피해사실에도 불구하고 건설사 측은 “규정대로 했다”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어 주민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소음진동에 시달리다 못한 한 주민은 지난 7월 S건설을 상대로 대구지방법원에 공사중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지만 건설사 측은 “규정대로 했으므로 문제 없다”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인근 다른 건물 측도 법적 조치를 검토 중이다. 건물 관계자는 “건물 일부가 회사 직원 숙소로 쓰이는데, 공사 시작 후 직원들이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어 대책마련을 요구했지만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며 법적조치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명백한 피해사실에도 불구하고 수리나 보상을 외면한다는 지적도 있다. 한 주민은 “지난 2월 벽이 갈라져 건설사에 항의하고 구청에 신고도 했다”며 “구청공무원이 몇 번이나 나와서 둘러보고 가도 모른 척 하다가 최근에서야 배수관만 수리했다. 건물에 간 금과 내려앉은 천장 등은 아직도 수리를 해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구청의 미온적인 대응도 도마에 올랐다. 한 주민은 “국민신문고와 중구청에 민원을 제기했지만 외면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중구 관계자는 “S건설과 관련한 민원은 대구시 감사관실에 들어간 것으로 대구시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며 “건설사와 주민 사이에 합의점을 찾도록 중재하고 있지만 시간이 필요하다”며 안이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S건설의 태도는 동종업계에서도 이례적인 일로 여기고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영세건설업체는 인근 주민 피해에 대해 해주고 싶어도 못하는 경우가 많지만, 대형건설사들은 기업 이미지를 고려해 관련 규정을 철저히 지키고 주민과 갈등을 최소화하려 하는데 이곳은 좀 의외”라며 “주거지가 아닌 중심상업지역에서 공사를 하다 보니 인근 주민과 마찰이 이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S건설 측은 “피해 주민을 찾아 현장에서 보수 일정과 계획을 알려주고 수리가 필요한 부분은 수리를 해주고 있다”고 해명했다.

한편 대구 중부경찰서는 S건설의 발파허가 신청을 주민이 제기한 공사중지가처분 신청건 등을 이유로 불허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민규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