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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일 만에 수사심의위 권고와 정반대로 처리... '불기소 권고' 수용 않은 첫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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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일 만에 수사심의위 권고와 정반대로 처리... '불기소 권고' 수용 않은 첫 사례

입력
2020.09.01 18:46
수정
2020.09.01 19:32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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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수사 내용, 관련 법리 전면 재검토" 해명
"스스로 만든 제도 무력화" 비판 감수해야 할 판

이복현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 부장검사가 1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고검 기자실에서 삼성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이복현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 부장검사가 1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고검 기자실에서 삼성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스1

검찰은 1일 이재용(52) 삼성전자 부회장 등을 불구속 기소하면서 “대검찰청 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사심의위) 권고 취지를 존중해 수사 내용과 관련 법리를 전면 재검토 했다”고 유독 강조했다. ‘이 부회장 등 수사 중단ㆍ불기소’라는 수사심의위의 권고를 수용하지 않은 데 대한 해명이다.

이러한 설명을 내놓은 건 검찰 입장에서도 이번 결정에 대한 부담이 매우 컸다는 사실을 방증하고 있다. ‘공정한 사건 처리를 하겠다며 스스로 만든 제도를 무력화하고 있다’는 비판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형편인 탓이다. 더군다나 현 정부 들어 도입된 수사심의위는 지금까지 총 10차례 소집됐으나, 검찰이 수사심의위 권고를 따르지 않은 건 최근 ‘검언유착’ 의혹에 연루된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수사중단’ 의결과는 달리 강제수사(휴대폰 유심 압수수색)를 이어간 사례가 유일하다. 게다가 한 검사장 사건은 수사 과정에서의 문제였지만, 이 부회장의 경우는 수사심의위 권고와 정반대로 종결 처분을 내린 첫 사건이기도 하다. 이처럼 복잡한 상황을 반영한 듯, 지난 6월 26일 수사심의위 권고 이후 이날 결론이 내려지기까지는 총 67일이라는 시간이 소요됐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두 달이 넘는 시간에 대해 “법률ㆍ금융ㆍ경영ㆍ회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밝혔다. 특히 수사팀과 견해를 달리하는 전문가들을 포함, 30여명의 의견 청취 과정을 기록했다고도 했다. 또 “금융수사 등 경험이 많은 부장검사 회의도 거쳤다”고 덧붙였다. 이 과정에서 일부 범죄 사실이 공소장에서 빠지고 경제적 파급력 등을 감안해 사건 당시 하위 직급이던 현직 실무자들을 공범에서 제외시키는 변화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 이러한 의견 청취에 대해선 “결국 ‘명분 쌓기’에 불과했던 게 아니냐”는 지적은 나온다. 실제로 검찰이 이날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제시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배임죄도 적용해야 한다’ ‘원칙 중심 회계라도 회계방식을 임의로 선택해서는 안 된다’ 등이 대부분이었다. 기존 수사 방향에서 크게 벗어나는 내용은 없었다는 말이다. 반면, 의견 청취 과정에서 수집했을 법한 ‘기소 반대’ 논리들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소개하지 않았다.

일단 검찰은 이 부회장 기소가 불가피한 이유로 △사안이 중대한 점 △객관적 증거로 입증되는 실체가 명확한 점 △국민적 의혹이 제기돼 사법 판단이 필요한 사건인 점 △총수 이익을 위해 투자자 보호 의무를 무시한 행위의 처벌 필요성이 큰 점 등을 꼽았다. 법원이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 기각 사유로 제시했던 “피의자의 책임 유무 및 그 정도는 재판과정에서 충분한 공방과 심리를 거쳐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된다”는 설명도 공소제기의 필요성을 뜻하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검찰은 특히, 지난해 8월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과 올해 6월 재상고심을 이번 수사 당위성의 근거로 제시했다. 대법원이 문제의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에 대해서 “이 부회장 경영권 승계 작업의 일환으로 인정되며, 이 부회장과 미래전략실이 주도한 것”이라는 판단을 내렸다는 것이다. 다만 ‘승계 목적의 합병’이라는 사실 자체가 ‘불법 합병’을 뜻하는 건 아니라는 점에서, 이 부분은 향후 재판에서 뜨거운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삼성 측도 “합병은 경영상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고 주장하면서 ‘설령 경영권 승계 목적이 있었다 하더라도 불법 행위는 없었던, 합법적인 합병’이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정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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