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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무임승차제 딜레마

입력
2020.08.30 18: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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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서울역에서 지하철 1호선 열차에 타고 있는 노인들. 한국일보 자료사진

서울역에서 지하철 1호선 열차에 타고 있는 노인들. 한국일보 자료사진


1980년대는 도시화와 핵가족화에 따른 청소년, 장애인, 노인 문제와 같은 새로운 복지 수요가 대두된 시대였다. 형식적으로나마 ‘복지국가 건설’을 천명했던 전두환 정권도 입법적 대응에 나서지 않을 수 없었고 정권 초(1981년) 심신장애자복지법과 노인복지법의 제정, 아동복지법 전면 개정 등이 이뤄졌다.

□노인에 대한 지하철 요금 우대 제도도 이 시기 틀을 갖췄다. 1980년 70세 이상 고령자의 이용 요금 50%를 감면해 주는 제도로 출발해 1982년 65세로 기준이 낮아졌고, 1984년 전두환 대통령의 지시로 노인복지법 시행령이 개정돼 수도권 지하철에 노인 100% 할인이 적용됐다. 노인 지하철 무임 승차제가 노인복지 제도로 40년 가까이 시행되는 동안 인구 구조는 극적으로 변화했다. 노인복지법 제정 당시 4%였던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현재 15%를 넘는다.

□이런 인구학적 변화로 지하철을 운용하는 지자체들의 재정은 크게 압박받았다. 특히 수송 인원이 가장 많은 서울메트로의 사정은 심각하다. 총부채가 4조6,000억원인 서울메트로의 경우 지난해 당기순손실(5,974억원)의 66%가 무임 승차에 따른 손실이라고 한다. 코로나19에 따른 승객 감소에도 최근 서울시가 5년 만에 200~300원의 지하철 요금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이유다. 노인들의 반발을 불러올 무임 승차제의 축소냐 서민들에게 부담을 줄 요금 인상이냐를 놓고 시는 딜레마에 빠진 상황이다. 지난 27일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경로 우대 제도 개선 논의를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노인 무임 승차제를 둘러싼 논란이 불가피해졌다.

□지하철을 운용하는 지자체의 재정난, 평균수명 연장과 같은 여러 사정을 놓고 보면 노인 지하철 무임 승차제를 손봐야 할 이유는 차고 넘친다. 연령 기준 상향, 소득별 차등화 등 구체적 대안도 꾸준히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제도 개선 논의의 전제는 노인 무임 승차제의 사회적 의의를 인정하는데서 출발해야할 것이다. 이 제도가 노인들에게 이동권을 제공해 고립과 단절의 위기에서 벗어나도록 한 점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노인들을 사회와 가족에서 소외된, 텔레비전 시청자로 여생을 보내게 할 수만은 없지 않은가.

이왕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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