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한국일보>
1980년대는 도시화와 핵가족화에 따른 청소년, 장애인, 노인 문제와 같은 새로운 복지 수요가 대두된 시대였다. 형식적으로나마 ‘복지국가 건설’을 천명했던 전두환 정권도 입법적 대응에 나서지 않을 수 없었고 정권 초(1981년) 심신장애자복지법과 노인복지법의 제정, 아동복지법 전면 개정 등이 이뤄졌다.
□노인에 대한 지하철 요금 우대 제도도 이 시기 틀을 갖췄다. 1980년 70세 이상 고령자의 이용 요금 50%를 감면해 주는 제도로 출발해 1982년 65세로 기준이 낮아졌고, 1984년 전두환 대통령의 지시로 노인복지법 시행령이 개정돼 수도권 지하철에 노인 100% 할인이 적용됐다. 노인 지하철 무임 승차제가 노인복지 제도로 40년 가까이 시행되는 동안 인구 구조는 극적으로 변화했다. 노인복지법 제정 당시 4%였던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현재 15%를 넘는다.
□이런 인구학적 변화로 지하철을 운용하는 지자체들의 재정은 크게 압박받았다. 특히 수송 인원이 가장 많은 서울메트로의 사정은 심각하다. 총부채가 4조6,000억원인 서울메트로의 경우 지난해 당기순손실(5,974억원)의 66%가 무임 승차에 따른 손실이라고 한다. 코로나19에 따른 승객 감소에도 최근 서울시가 5년 만에 200~300원의 지하철 요금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이유다. 노인들의 반발을 불러올 무임 승차제의 축소냐 서민들에게 부담을 줄 요금 인상이냐를 놓고 시는 딜레마에 빠진 상황이다. 지난 27일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경로 우대 제도 개선 논의를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노인 무임 승차제를 둘러싼 논란이 불가피해졌다.
□지하철을 운용하는 지자체의 재정난, 평균수명 연장과 같은 여러 사정을 놓고 보면 노인 지하철 무임 승차제를 손봐야 할 이유는 차고 넘친다. 연령 기준 상향, 소득별 차등화 등 구체적 대안도 꾸준히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제도 개선 논의의 전제는 노인 무임 승차제의 사회적 의의를 인정하는데서 출발해야할 것이다. 이 제도가 노인들에게 이동권을 제공해 고립과 단절의 위기에서 벗어나도록 한 점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노인들을 사회와 가족에서 소외된, 텔레비전 시청자로 여생을 보내게 할 수만은 없지 않은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