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인권운동가 마틴 루터 킹 목사 명연설 57주년?
워싱턴 도심 가득 채운 시위대들

미국 워싱턴 링컨 기념관 앞에 28일 인종차별 반대 시위를 위해 수천명이 모여들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57년 전 흑인 인권운동가인 마틴 루터 킹 목사가 부르짖었지만 완성하지 못한 '꿈'을 이루기 위해 2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링컨기념관 앞에 수천 명의 시민들이 모였다.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이들의 외침은 같은 자리에서 구조적 인종차별을 규탄하며 개혁을 요구하던 마틴 루터 킹의 그것과 같았다.
일간 워싱턴포스트(WP)와 뉴욕타임스(NYT) 등은 이날 킹 목사의 워싱턴 행진 연설 57주년을 맞아 워싱턴 도심에서 열린 대규모 시위와 가두행진을 크게 보도했다. 링컨기념관에서 워싱턴기념탑으로 이어지는 반사의 연못(리플렉팅 풀)을 에워쌀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모였다. 이날 시위는 '당신의 무릎으로 우리의 목을 짓누르지 말라'는 이름으로 명명됐다. 이는 최근 미 전역에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격화하게 된 조지 플로이드 사건을 반영한 이름이다. 지난 5월 미네소타주(州) 미니애폴리스에서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관의 무릎에 목을 짓눌려 숨진 사건이다.
이날 인종차별 반대 시위는 최근 위스콘신주 커노샤 사건으로 열기가 더해진 모습이었다. 이달 23일 커노샤에선 흑인 남성 제이컵 블레이크가 어린 세 아들이 보는 앞에서 경찰의 총격을 받아 중태에 빠졌다.
현지 언론은 이날 시위가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후보 수락 연설 바로 다음 날 워싱턴에서 이뤄진 데 주목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남쪽 잔디밭(사우스론)에서 '미국적 삶의 방식'을 파괴하는 선동가를 비난한 지 몇 시간 뒤 수천명의 미국인이 백악관에서 1마일(1.6㎞)도 안 떨어진 링컨기념관으로 몰려들었다"며 마치 트럼프에 답변을 하는 것과 같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1963년 킹의 명연설 '나에겐 꿈이 있습니다'가 진행된 같은 장소에 선 킹 목사의 장남 마틴 루터 킹 3세는 "과시와 위대함을 혼동하는 대통령"이라며 트럼프 저격 발언에 나섰다. 그는 시위대를 향해 "당신의 삶과 우리의 생계, 우리의 자유가 투표에 달렸다"면서 투표를 촉구했다. 킹 목사의 손녀인 올랜도(12)는 "우리는 나의 할아버지의 꿈을 이룰 것"이라고 발언했다. 민권 지도자인 알 샤프턴 목사도 이 자리에서 킹 목사의 연설을 생각하며 "꿈꾸는 사람을 죽일 수 있지만 꿈을 죽일 수는 없다"고 발언해 큰 호응을 얻었다.
이날 연단에는 최근 경찰의 강압적 공권력에 피해를 입은 블레이크과 플로이드 가족들도 올랐고, 민주당 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도 '화상 연설'로 동참했다. 첫 흑인 여성 부통령 후보인 해리스 의원은 "우리 앞에 놓인 길은 쉽지 않지만 원상태(인종차별)로 돌아가려는 본능에 맞서 협력한다면 바로 여기 지금 당장 역사를 만들 기회가 있다"고 강조했다. 해리스와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는 전날 연설에서도 제이컵 블레이크 사건을 언급하며 흑인 표심을 얻기 위한 행보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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