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병원 교수들도 "진료 축소" 의료공백 심화
서울대병원 31일부터 내과 외래 줄이기로
대한의사협회(의협)가 내달 7일부터 제3차 전국의사 총파업을 무기한 일정으로 돌입하겠다고 28일 밝혔다. 일부 대학병원 교수들이 외래진료를 축소하기로 한 데 이어 무기한 파업 계획까지 나오면서 의료공백으로 인한 국민들의 피해는 커질 전망이다. 정부도 법적 조치를 본격화했다. 업무개시명령을 위반한 전공의ㆍ전임의 10명을 고발하고 명령을 수도권에서 전국으로 확대했다.
의협은 이날 범의료계 4대악 저지투쟁 특별위원회(범투위) 회의 결과 이 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최대집 의협 회장은 “의료계의 요구가 수용되지 않을 때는 9월 7일부로 제3차 전국의사 총파업을 무기한 일정으로 돌입하겠다”며 “정부의 조속한 태도 변화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전문변호인단을 꾸려 법률적으로 대응하고 △강력한 투쟁의지를 지속적으로 공표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의료계의 이 같은 강경대응은 이날 오전 정부가 내민 ‘법적 대응’ 카드에 대한 반발로 풀이된다. 계속되는 집단휴진에 정부는 그 동안 신중을 기했던 고발조치를 현실화했다. 서울 시내 주요 병원 전공의들을 중심으로 집단 사직서를 제출하는 움직임과 관련해서도 강경하게 대응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법무부는 이날 정부합동브리핑에서 “정부 정책 철회를 위한 단체행동의 일환으로 집단 사직서를 제출하더라도 적법하게 업무개시명령을 할 수 있다” 며 “업무개시명령을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는 경우 의료법에 따라 처벌될 수 있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업무개시명령을 받고) 전공의ㆍ전임의 77명이 의료현장에 복귀했다”고 밝혔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항변했지만, 복지부는 “77명이 복귀한 게 맞다”고 재차 확인했다.
의료공백은 점차 커지고 있다. 서울대병원은 "전공의와 전임의들의 파업으로 인력이 부족해지면서 교수들이 환자 관리와 외래진료, 내과병동 입원 환자, 응급환자 및 중환자 등을 도맡고 있어 업무 부담이 커졌다"며 31일부터 1주일간 내과 외래진료를 축소한다고 밝혔다. 진료 축소 기간은 일단 1주일로 정했지만, “전공의 집단 휴진이 계속되면 외래 진료를 중단할 수밖에 없다”고 밝혀 장기화할 가능성도 있다. 이 병원에 암수술을 예약해둔 환자 가족은 “9월 안에는 (수술을) 장담 못한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전했다.
세브란스병원에서도 일부 교수들 사이에서 “집단휴진에 동참하는 것은 아니더라도 의견을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다만 세브란스병원 관계자는 “현재까지 교수 차원의 성명을 내거나 진료를 축소하기로 한 결정은 없다”고 말했다. 삼성서울병원은 예정된 수술 중 약 60%를 연기하거나 조정했다. 전날(50%)보다 늘어난 수치다.
의과대학 교수들은 제자들을 지지한다며 잇달아 성명을 내고 “제자들이 불이익을 받을 시 집단행동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의대생들이 내달 1일 시작되는 국가고시를 치르지 못하는 상황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전날 고려대 의대에서 연 긴급 기자회견에선 온ㆍ오프라인으로 참석한 전국 40개 의과대학 및 의학전문대학원 원장들이 성명을 내고 의대생들을 지지하는 한편 내달 1일 시작되는 국가고시 연기를 정부에 요구했다. 성균관대 의대 교수들은 “시험거부와 동맹휴학을 집단이기주의라 비난할 수도 있지만 제자들의 순수한 열정을 믿고 지지한다”며 “혹시라도 학생들이 불이익을 받게 된다면 스승인 우리 교수들이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경희대 의대 교수들도 “정부는 정책을 즉각 철회하고 원점에서 재논의하고 이 과정에서 단 한명도 불이익을 받지 않아야 한다"며 "요구사항이 관철되지 않을 경우 모든 수단을 도모해 집단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불가피한 의료공백을 막기 위해 31일부터 한시적으로 '비상진료 지원패키지'를 추진할 방침이다. 먼저 응급 의료인력 등 필수의료 공백을 막기 위해 인력을 재배치하기로 했다. 입원환자만 진료하는 입원전담전문의는 이 방안이 시행되면 다른 환자를 진료할 수 있다. 중환자실을 전담하는 중환자실전담전문의에 대해서도 일반병동 진료가 허용된다.
또 전공의·전임의들의 집단 휴진으로 인력이 대폭 축소된 대형병원이 중증진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경증환자 진료를 축소하기로 했다. 감기처럼 비교적 가벼운 질환을 앓는 환자는 상급종합병원 및 종합병원에서 병·의원으로 신속히 회송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만성 및 경증환자를 대상으로 전화상담과 처방을 이용하도록 하고, 필요한 경우 장기처방도 가능하도록 했다.
한편 정부는 이날 전국 수련병원 144곳 중 전공의 75.8%, 전임의 35.9%가 집단휴진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전국 동네병원은 2,141곳(6.5%)이 문을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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