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 속 중도사퇴... "진심으로 사과"
'최장수 총리'이지만 두 차례 중도사퇴 오점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8일 지병인 궤양성 대장염 재발을 이유로 사의를 공식 표명했다. 1차 집권(1년)과 2차 집권(7년 8개월)을 합해 일본 역사상 최장수 총리 기록을 세웠지만 2007년 9월에 이어 두 번이나 건강 악화를 이유로 중도사퇴하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아베 총리는 이날 오후 5시 총리관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8월 초 궤양성 대장염의 재발이 확인됐다"면서 "국민들의 부탁에 자신있게 부응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닌 이상 총리직을 계속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사임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체력이 완벽하지 않은 가운데 중요한 정치적 판단을 잘못해 결과를 내지 못하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고 부연했다.
아베 총리는 자신의 건강 상태에 대해 "6월 정기검진에서 궤양성 대장염 재발 징후가 발견됐고, 지난달 중순부터 컨디션에 이상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사임을 결심한 시기로 월요일(24일) 병원에서 추가검사를 받은 후 혼자 결정했다고 했다. 이어 "치료를 받아가면서 총리직을 계속하는 방안도 고민했지만 9월 자민당 인사 등을 앞두고 사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도 했다.
아베 총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와중에 사의를 밝힌 데 대해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2007년에 이어 또다시 중도사퇴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비판은 달게 받겠다"고 했다.
아베 총리는 차기 총리가 임명될 때까지 확실히 책임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후임 자민당 총재 선출 방식에 대해선 "내가 말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당 지도부에 일임할 뜻을 밝혔다. 의원내각제인 일본에서는 집권여당의 총재가 총리를 맡는다. 다음달 열릴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선출된 새 총재는 국회의 지명 절차를 거쳐 총리에 오른다.
야권은 아베 총리의 전격 사의 발표에 당혹해했다.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입헌민주당 대표는 "정치적 입장과 의견은 다르지만 지병에 따른 사임은 매우 안타깝다"고 말했다. 고이케 아키라(小池晃) 공산당 서기국장은 "정부ㆍ여당에 국정의 정체를 초래하는 일이 없도록 책임 있는 대응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방송들은 이날 오후 2시쯤 아베 총리가 사의 표명을 굳혔다는 속보를 타전했으며 신문들은 호외를 발행했다.
아베 총리는 지난 24일을 기점으로 연속 재임일수에서도 2,799일로 사토 에이사쿠(佐藤榮作) 전 총리의 기록을 넘어섰다. 하지만 나흘 만에 13년 전과 같은 지병을 이유로 중도사퇴하는 처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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