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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대응 실패ㆍ지지율 스트레스… 지병에 꺾인 '日 최장수 총리' 아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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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대응 실패ㆍ지지율 스트레스… 지병에 꺾인 '日 최장수 총리' 아베

입력
2020.08.28 19:00
수정
2020.08.29 00:06
2면
0 0

아베노믹스 무너지고 개헌 실패, 외교 답보
장기 집권에 비해 정치적 유산 '빈약'
9월 선출될 黨총재가 후임... 스가 급부상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8일 도쿄 총리관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지병 악화에 따른 사의를 표명하고 있다. 도쿄=AFP 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8일 도쿄 총리관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지병 악화에 따른 사의를 표명하고 있다. 도쿄=AFP 연합뉴스

'아베 1강(强)'으로 상징되는 약 8년간의 장기집권이 막을 내리게 된 직접적인 배경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지병 악화다.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실패로 인한 비판여론 확산과 지지율 급락 등으로 정치적 구심력이 급격히 저하된 것도 두 번째 중도사퇴를 재촉한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아베 총리의 전격 사의 표명으로 '포스트 아베'를 차지하기 위한 집권 자민당 내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민심 이반과 건강 악화로 정치적 동력 상실

28일 오후 일본 도쿄시내 대형 전광판에 아베 신조 총리의 사의 표명 기자회견이 생중계되고 있다. 일본 언론들은 앞서 아베 총리의 사의 표명 소식을 긴급 타전하고 호외를 발행했다. 도쿄=로이터 연합뉴스

28일 오후 일본 도쿄시내 대형 전광판에 아베 신조 총리의 사의 표명 기자회견이 생중계되고 있다. 일본 언론들은 앞서 아베 총리의 사의 표명 소식을 긴급 타전하고 호외를 발행했다. 도쿄=로이터 연합뉴스

아베 총리의 '건강 이상설'은 이달 초 "아베 총리가 지난달에 피를 토했다"는 사진주간지 보도로 점화됐다가 최근 2주 연속 게이오대병원에서 검사를 받으며 기정사실화했다. 그는 최근 지병인 궤양성 대장염 치료를 위해 혈구성분제거요법(GCAP) 시술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투석치료처럼 혈액을 몸 밖으로 꺼내 비정상적으로 활성화한 백혈구를 제거한 뒤 체내로 주입하는 GCAP 시술은 매회 1시간~1시간30분 정도 소요된다.

17세 때부터 궤양성 대장염을 앓기 시작한 아베 총리는 정계 입문 후 치료를 위해 3개월간 입원한 적이 있다. 1차 정권 때인 2007년 9월 재임 1년만에 사퇴한 것도 궤양성 대장염 때문이었다. 2009년 발매된 신약 '아사콜'로 건강을 회복해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2012년 9월 당 총재로 선출된 뒤 그 해 12월 중의원 선거를 승리로 이끌며 총리로서 화려하게 복귀한 것이다.

지병이 재발ㆍ악화한 가장 큰 이유로는 코로나19 대응 실패에 따른 지지율 급락으로 정신적 스트레스가 가중된 점이 지목된다. 더욱이 정부 정책의 잇단 실패로 내각 지지율이 2차 정권 출범 후 최저 수준까지 하락함에 따라 치료를 병행하면서 코로나19 대응을 진두지휘하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장기집권의 성과로 강조해온 아베노믹스마저 코로나19 앞에 맥없이 무너졌다. 올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분기 대비 7.8% 감소했고, 이를 바탕으로 산출한 연간 실질 GDP 성장률은 -27.8%로 전후 최악이다. 공들여온 도쿄올림픽은 내년으로 연기된데다 개최 여부조차 불투명하다. 개헌은 물론 중국ㆍ북한ㆍ러시아 등 주변국과의 외교관계도 답보 상태다.

역대 최장수 총리라는 타이틀에 비해 뚜렷한 정치적 유산을 남기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고가 고(古賀攻) 마이니치신문 편집위원은 "코로나19가 심각한 상황에서 아베 총리가 1년 남짓 남은 임기 동안 무언가를 해내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스가ㆍ이시바ㆍ기시다... '포스트 아베' 경쟁 본격화

자민당에서 '포스트 아베'로 거론되고 있는 후보들. 왼쪽부터 고노 다로 방위장관,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 기시다 후미오 정조회장. 교도통신 연합뉴스

자민당에서 '포스트 아베'로 거론되고 있는 후보들. 왼쪽부터 고노 다로 방위장관,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 기시다 후미오 정조회장. 교도통신 연합뉴스

자민당은 아베 총리의 사의 표명에 따른 정치 공백을 줄이기 위해 차기 당 총재 선출을 서두를 것으로 보인다. 각 파벌들도 이날 저녁 긴급회동을 갖고 총재 선출과 향후 정국에 대해 논의했다. 아베 총리는 새로운 당 총재가 결정될 때까지는 총리 및 자민당 총재직을 유지할 예정이다.

'포스트 아베' 경쟁은 내각 지지율 급락 국면에서 이미 시작됐다는 평가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정조회장,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간사장 등이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특히 최근 들어선 스가 장관이 급부상하는 양상이다.

스가 장관은 아베 2차 정권 출범 후 7년 8개월간 '위기관리인' 역할을 수행했다. 코로나19 초기 대응 결정 과정에서 이마이 다카야(今井?哉) 총리보좌관 등에게 밀렸다는 평가가 많았지만 지금은 되레 전화위복이 됐다. 아베 총리가 경제 활성화 방안의 하나로 준비해온 '고 투 트래블(Go to travel)' 정책을 전면에서 지휘하면서 입지가 부쩍 넓어졌다. 본인은 차기 경쟁에 "관심 없다"고 했지만, 아베 총리는 지난달 언론 인터뷰에서 "유력 후보 중 한 명"으로 꼽았다. 퇴임 후 영향력 행사와 연립여당인 공명당과의 관계를 감안해 아베 총리가 스가 장관을 의중에 두고 있다는 관측이 무성하다.

사실 아베 내각이 코로나19로 휘청거리기 전까지는 기시다 정조회당이 가장 유력한 후계자였다. 아베 총리와 초선 동기(1993년 중의원)에다 아베 2차 정권에서 4년 이상 외무장관으로 호흡을 맞췄다. 그러나 낮은 대중적 인지도에 발목이 잡힌 형국이다. 당내에선 그를 앞세워 다음 중의원 선거를 치를 수 없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그는 최근 개헌에 대한 의지와 함께 내달 저서 출간 준비 등 포스트 아베 레이스를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아베 총리의 정적인 이시바 전 간사장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총리 1순위'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집권여당 총재가 총리를 맡는 일본 정치시스템 상 당내 기반이 취약한 것이 최대 약점으로 꼽힌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최근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간사장 등 다른 파벌과의 제휴를 모색하고 있다. 이밖에 고노 다로(河野太?) 방위장관도 거론되고 있다. 6월 지상배치형 요격미사일 체제인 '이지스 어쇼어' 도입 중단을 주도하면서 결단력을 보여줬다. 다만 최근 일왕 모계 승계 검토 필요성을 밝히는 등 보수적인 당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 '이단아'라는 평가도 있다.

도쿄= 김회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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