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연준 의장, 잭슨홀 미팅서 '평균 물가 목표제' 천명
"물가상승률 2.5%까지 일시 용인 가능"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가 새 통화정책 전략으로 '평균 물가 목표제'를 채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통상 물가상승(인플레이션) 억제를 기본 책무로 삼았던 중앙은행의 전통에서 벗어나, 앞으로는 지나치게 낮은 물가상승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단기적으로 높은 물가도 용인하겠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길게는 2024년까지 미국 기준금리가 지금의 제로 수준에 머물 것이란 전망이 높아지고 있다.
"2.5% 물가까지는 용인 가능"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27일 비대면으로 진행된 연례 경제정책심포지엄(일명 '잭슨홀 미팅')에서 "연준의 새 전략은 유연한 형태의 평균 물가 목표제"라고 선언했다. 연준은 작년 초부터 통화정책 전략을 재검토해왔다.
연준의 기본 정책 목표는 물가안정과 고용촉진이다. 지난 수십년간의 물가안정은 곧 인플레 억제로 해석돼 왔는데, 이날 선언으로 물가안정의 개념이 변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평균 물가 목표제란, 물가안정을 이유로 물가상승률을 무조건 목표(현재 연 2%) 이하로 억제하는 게 아니라 장기적인 평균 물가를 2% 수준에 맞추도록 통화정책을 운용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곧 일시적인 물가상승은 용인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실제 제임스 불라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 등은 이와 관련해 "대략 2.5%까지 용인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시장에선 이에 따라 연준의 현행 제로금리가 짧게는 2023년, 길게는 2024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현재 연준 위원들은 내부적으로 2022년말까지 물가상승률을 1.7%로 관측하고 있는데, 이는 물가 목표 2%를 밑도는 수준이므로 기준금리도 계속 지금처럼 낮게 유지할 수밖에 없을 거라는 논리다. 제로금리뿐 아니라 채권 매입 등으로 시중에 유동성을 푸는 기타 부양책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연준의 변신, 왜?
연준이 이처럼 정책 전환을 선언한 배경에는 구조적 장기침체 즉 '일본화'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일본은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쓰고도 물가상승 기대가 사라지고 경기 회복이 지연되고 있다. 파월 의장은 "너무 오랫동안 물가가 낮아지는 것은 경제에 해롭다"고 말했다.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연준의 금리 상승을 주도한 바 있는 재닛 옐런 전 연준의장은 25일 미 공영라디오 NPR과의 인터뷰에서 "물가상승률이 장기간 원하는 수준에 미치지 못하게 되면 물가 상승에 대한 경제주체의 기대감 자체가 2% 이하로 떨어지게 되고, 사람들이 일본화라고 말하는 결과가 나오게 된다"며 평균 물가 목표제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금융위기 이후 연준의 통화완화 정책이 불러온 부작용을 이번 조치가 더 키울 거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과도한 유동성 공급이 물가는 끌어올리지 못한 채 자산가치만 상승시키면서 부의 집중이 더 심해졌다는 비판이다.
네덜란드 라보방크의 필립 마레이 선임전략가는 27일 보고서에서 “연준은 문제의 해법이 아니라 문제의 일부였다”며 “1%의 자산을 쌓는 데 99%가 다 함께 위험을 짊어지게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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