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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한국일보>
코로나19 확산과 관련해 사람들이 가장 주목하는 뉴스는 신규 확진자수일 것이다. 매일 아침 발표되는 신규 확진자수와 지역별 신규 확진자수, 확진자수 증가폭 등이 일기예보만큼이나 중요한 뉴스가 됐다. 하지만 코로나 재확산 상황에서 확진자수 못지않게 중요한 건 신규 확진자들을 공격하고 있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유형이다. 그런 점에서 ‘GR’그룹(클레이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이미 국내에 퍼졌다는 지난 27일 방역 당국의 확인은 적잖이 당혹스런 소식이다.
▦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해 말 중국 우한 발병 이래 최근까지 세계 곳곳에서 확인된 코로나19 바이러스(SARS-CoV-2) 종류를 S, V, L, G, GH, GR, 기타 등 7개 그룹으로 분류하고 있다. 증식과정에서 유전자 염기서열 변이에 따라 형성된 변종이 7가지라는 얘기다. 이 중 우한 당시 유행했던 그룹은 ‘S’그룹이었다. 이어 신천지 대구교회 등 국내 1차 유행기 확진자 바이러스는 주로 ‘V’그룹, 이태원 클럽 전후 유행 바이러스는 ‘GH’그룹에 해당됐다.
▦ 바이러스는 단백질과, DNA나 RNA 같은 유전물질인 핵산만으로 이루어진 미립자다. 평상시엔 스스로 복제하지 못하는 무생물 상태로 존재한다. 하지만 일단 생물 숙주에 침입하면 숙주의 복제시스템을 활용해 자신의 유전체를 복제, 증식한다는 점에서 생물 특성을 아울러 갖고 있다. 그런데 바이러스는 크기가 워낙 작아 제 유전자를 보호하는 기능이 떨어지는 데다, 숙주 유전자와 섞이는 과정에서 흔히 유전자 변이가 발생한다.
▦ 특히 코로나19는 변이가 활발한 RNA 핵산 바이러스여서 변종 출현 위험이 더 크다. 물론 변이가 일단 일어나면 전염 양상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일례로 ‘GH’나 ‘GR’처럼 ‘G’로 시작하는 그룹의 경우, ‘S’ ‘V’ 등 이전 유행 그룹에 비해 전염 속도가 최대 6배 빠른 것으로 분석됐으며, 'GH' 유형은 이미 가장 많은 확진자를 내고 있다. 일개 미립자의 공격과 변이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 현실이 새삼 인류에게 겸손을 가르치고 있는 건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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