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코로나 방역 '2.5단계'? 영업 제한에 울상
"포장·배달 없는 매장 위주 동네음식점 직격탄"
실내영업 금지 커피점, 새 운영지침 마련 골몰
"저녁 8시에 들어온 손님한테 1시간 있다가 나가셔야 한다고 하면 들어오겠어요? 손님 다 놓치는 거죠."
28일 방역 당국이 수도권 사회적 거리 두기를 대폭 강화하며 이 지역 음식점 및 카페 영업을 제한하는 조치를 발표하자 외식업계는 충격에 빠진 모습이다.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일반음식점은 30일부터 오후 9시~다음날 오전 5시엔 실내 영업을 할 수 없고 포장과 배달만 해야 한다. 프랜차이즈형 커피전문점은 영업시간과 무관하게 포장·배달만 허용된다. 제과점 등도 커피 등 음료 판매엔 동일한 제한을 받는다. 이번 조치는 일단 9월 6일까지 이어진다.
업계에선 동네 음식점을 직격탄 대상으로 꼽았다. 한 외식업 종사자는 "밤 9시만 되면 매장에서 손님을 내보내라는 셈이라 홀 중심의 삼겹살집, 곱창집 같은 곳의 타격이 클 것"이라며 "술 한잔하며 밤늦게까지 머무는 손님들을 상대로 장사하면서 배달·포장 영업은 하지 않는 가게부터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번 지침은 "사형선고나 마찬가지"라는 격한 반응도 나온다. 이근재 외식업중앙회 종로구지회장은 "전국 호프집만 15만개인데 배달을 전문으로 하던 가게를 빼놓고는 다 문 닫으란 것"이라며 "먹자골목이나 24시간 감자탕집 등도 초토화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영업 중단을 고민하는 업주들도 적지 않다. 서울 종로구 상가번영회 관계자는 "하루에 손님 한두 팀 받으며 버티던 사장님들이 '이럴 바엔 일주일 동안 장사 접겠다'고 한다"며 "사태가 조금만 더 길어지면 폐업도 속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를 꺾기 위해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을 하면서도, 이번 조치가 결국 대기업 가맹점보다는 골목 상권에 직접적 타격을 주며 '양극화'를 심화할 거라고 우려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외식 프랜차이즈들은 간단히 맥주 정도 곁들이는 메뉴 중심이라 대부분 밤 9시면 영업을 정리한다"며 "반면 식사만큼 술 판매량이 높은 동네 음식점은 매출이 급감할 수밖에 없고 하루아침에 포장이나 배달 장사로 전환하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당장 30일부터 테이블 손님을 받지 못하게 된 카페들도 긴장하긴 마찬가지다. 한 커피 프랜차이즈 본사 직원은 "중대본 발표 직후부터 긴급 회의가 연달아 열려 정신이 없다"며 "점주들에게 전달할 공지부터 매장에 부착할 취식금지 포스터, 매장별 일회용 컵 개수도 점검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 회사는 운영 지침 변경 사항이 결정되는대로 포스(결제시스템)나 문자메시지를 통해 매장에 공지하는 한편, 포장에 필요한 일회용컵 추가 비치도 서둘러 진행할 방침이다.
매출 감소도 피하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커피 전문 브랜드 본사 관계자는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는 취식보다 공간에 머무르고자 하는 수요가 더 크기 때문에 매장에 못 앉을 바엔 아예 오지 않는 경우가 생길 것"이라며 "코로나19 유행 이후에도 마스크를 쓴 채 공부하거나 업무를 보는 고객은 꾸준히 있었던 터라 매출 감소는 뻔하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매장 청소 및 관리 직원을 줄이는 대응까진 가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외식업계 일각에선 사회적 거리두기 2, 3단계를 오가는 애매한 조치 대신 강력한 방역조치를 취한 뒤 정부가 피해 지원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근재 회장은 "거리두기 3단계 격상으로 급한 불부터 끈 뒤 피해를 본 자영업자에겐 정부가 세제 혜택을 주거나 선별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방식도 고민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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