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고발 영화의 대부 정지영(74) 감독에 대해 제기된 보조금 횡령 의혹에 대해, 보조금 관리기관인 영화진흥위원회가 진상조사에 착수했다. 한국시나리오작가조합도 크레딧 도용 의혹과 관련한 진상조사에 나섰다. 한현근 작가가 정 감독을 보조금법 위반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하며 영화계 부당한 관행을 폭로함에 따라, 관련 기관과 단체들이 서둘러 사태 파악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30일 영진위에 따르면, 최근 영진위 지원사업본부는 보조금 횡령 의혹과 관련한 사실관계 파악에 나섰다. 영진위가 영화제작 지원 사업을 주관하는 주체로서, 영화 '부러진 화살'(2011) 제작 당시 '스태프 인건비' 명목으로 지급된 돈이 부적절한 방식으로 사용된 경우는 없는지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이미 영진위는 이 영화 제작사 아우라픽처스로부터 소명 자료도 제출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영진위 관계자는 “사건 관계자들로부터 확인 절차 중에 있다”며 "확인된 여부에 따라서 관련 법에 따라 처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영진위가 공개한 영화제작지원 사업요강에 따르면, 지원금은 “영화제작 세컨급 이하 스태프 인건비로만 집행돼야 한다”고 기재됐다. 영화제작 스태프는 경력에 따라 퍼스트, 세컨, 서드, 포스 등으로 나뉜다. 그러나 한 작가의 경우, 해당 영화의 각본가이자 공동제작자로 등재된 만큼 직급상 세컨급 이하 스태프는 아니었다. 한 작가를 대리하는 굿로이어스 공익제보센터 양태정 변호사는 “한 작가도 모르게 보조금이 신청됐고, 애초부터 영진위를 기만할 의도가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적용된 보조금법에 따르면 ‘보조금을 다른 용도에 사용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적시됐다.
한국시나리오작가조합은 정 감독이 부당하게 각본자에 이름을 올린 것이 아니냐는 크레딧 도용 의혹 부분을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크레딧은 논문의 저자를 기재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영화에 참여한 이들의 역할을 확인할 수 있는 저작 정보다. 특히 각본 부분은 저작권 문제와 직결돼 있는 만큼, 영화계에서는 각본에 기여한 바가 없는 감독들도 암묵적으로 각본가에 이름을 올리는 부당한 관행이 이어져 왔다. 실제로 영진위가 출간한 ‘한국영화 기획개발 활성화 기반 구축방안 연구’(2018)에 따르면, 작가들은 ‘불합리한 크레딧 관행’을 가장 큰 고충으로 꼽았다.
김병인 한국시나리오작가조합 대표는 “크레딧은 작가의 저작인격권과 관련된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영화계에 만연된 문제지만 누구하나 나서는 사람이 없는 상황이었다”며 "한 작가의 폭로를 시작으로 물꼬가 터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조합은 영화 ‘부러진 화살’에 대한 진상조사위를 구성해 저작인격권 침해 여부를 살펴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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