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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전원 데자뷔, 공공의대

입력
2020.08.30 22:0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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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서울대 소속 전공의가 정부의 의료정책에 반대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뉴스1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서울대 소속 전공의가 정부의 의료정책에 반대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뉴스1


2005년, 의학전문대학원이 처음 도입되었다. 취지는 좋았다. 의예과 2년, 의학과 4년으로 단일화되어 있는 의사 양성 과정을 탈피하겠다는 것이었다. 타학부 졸업생을 선발해서 예과 2년을 대체하고 의학과에서 4년을 교육해 다양한 스펙트럼의 의사를 선발하는 취지였다. 훗날 이들이 한층 깊은 사회적 이해로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리라 믿었다. 취지는 좋았지만 도입 과정은 강압적이었다. 정부는 의전원으로 전환하지 않는 학교에 지원금을 끊었다. 당시 대부분의 학교가 의전원으로 전환했다.

집단 내 마찰은 필연적이었다. 선배는 나이 많은 후배를 어려워했고 후배는 어린 선배를 불편해했다. 이들은 또한 선발 과정이 완전히 달랐다. 한쪽은 고교 과정을 우수하게 졸업한 집단이라는 생각이 있었고 한쪽은 다른 학부를 졸업한 뒤 공정한 경쟁을 통과했다는 생각이 있었다. 하지만 기존 예과 출신의 선배들은 다른 경쟁을 통과한 의전원 출신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의전충'이라는 자괴감 섞인 용어는 그들의 처지를 대변한다.

내부의 문제뿐이었다면 시간이 해결할 일이었다. 하지만 성적과 평가가 좋지 않았던 것을 넘어서, 물리학과를 졸업한 의사가 의료물리를 전공하고, 공학을 전공한 의사가 의공학자가 되는 이상적인 일은 없었다. 이들은 오히려 교육에 많은 기대 비용을 투자했고 나이도 많았으며 긴 교육 과정을 뒷바라지해야 했기에 대부분 서울이나 수도권 출신이었다. 이들은 지방 학교를 졸업해도 많은 수가 서울로 향했고, 더 인기과를 선호하거나 바로 취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취지도 실패하고 사교육비만 잔뜩 늘린 의전원 제도는 거의 사라졌고, '좋은 취지'만으로 교육 과정을 강제했을 때 발생한 의료계 최대 폐해로 남아 있다. 특히 유별나게 교수나 정치권 자녀가 많았던 선발의 잡음은 현재 진행형이다. 이것은 공정히 선발된 인원에게도 상처다.

이번 공공의대 설립은 기시감이 든다. 처음 발의한 것은 2015년 현 야당이지만 이전부터 지속적으로 정치권에서 논의되었던 이슈다. 낙후된 지방 의료를 행정력으로 보완하기 위해 우선 고려되는 방법인 것이다. 지금도 취지는 좋다. 정부가 '지방'에 의대를 새로 설립하고, '다양한 인재'를 자율적으로 선발해서, '지방 의료'를 위해 기피 과에서 10년간 의무 복무를 시킨다. 그러면 '지방 의료 발전'이 이루어지고, '다양한 교육 기회'가 확대되며, '공공 의료'가 강화될 것이라는 논리다.

하지만 일단 계획안에서는 신설 의대 교육 수준을 보장할 수 없고, 지역 선정 잡음과 선발 과정 시비 또한 예견되어 있다. 무엇보다 선발된 인원이 숭고한 사명을 받들어 '공공 의료'에 헌신하기 어렵다. 응급의학과, 외과, 흉부외과 등의 바이탈 의사들은 인프라가 부족하면 중환을 받았을 때 전원을 알아보는 것 외에는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 10년간 환자를 서울로 보내는 일을 마치면 기회 비용 때문에 수도권으로 올라와 다른 일을 하게 될 것이며, 기존 의사 세계로 편입되는 과정에서 또 다른 충돌이 있을 것이다. 이 또한 선발된 인원에게도 불행한 일이다. 지금의 의전원 출신처럼.

취지에 있어서는 동의한다. 하지만 인프라 확충과 정교한 계획 없이는 목적 달성 실패 뿐 아니라 사회적 분란이 있을 것임을 경험상 느낀다. 조율과 보완, 대화가 필요하다.



남궁인 응급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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