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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일함'이 최숙현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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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일함'이 최숙현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입력
2020.08.28 14:10
수정
2020.08.28 17:54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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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체부, 28일 특별조사 결과 발표
대한체육회장 엄중 경고ㆍ사무총장 해임 요청
대한철인3종협회 관계자 3명은 수사 의뢰ㆍ중징계

최윤희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이 2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철인3종경기 선수 가혹행위 사건 특별조사 결과 및 스포츠분야 인권보호 추진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윤희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이 2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철인3종경기 선수 가혹행위 사건 특별조사 결과 및 스포츠분야 인권보호 추진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일하고 소극적인 대응, 부실조사 등 선수 권익보호 체계가 총체적으로 부실했다"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 국가대표 출신 고(故) 최숙현 선수의 안타까운 죽음에 대한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박양우)의 특별조사 결과가 나왔다. 팀 내 가혹행위로 고통받던 최 선수에게 안일함으로 일관하며 절망감까지 안긴 기관 관계자들은 징계와 처벌을 면치 못할 전망이다.

문체부는 28일 정부서울청사 별관 브리핑룸에서 '철인3종경기 선수 가혹행위 사건' 특별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문체부는 조사 내용을 발표하면서 "이번 사건은 대한체육회 등 체육단체의 안일하고 소극적 대응, 부실조사 등 선수 권익보호 체계의 총체적 부실과 관리 소홀로 인해 적기에 필요한 구제를 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문체부는 지난 6월 최 선수의 안타까운 선택이 알려진 이후, 최윤희 제2차관을 단장으로 특별조사단을 구성했다. 특별조사단은 사고 원인ㆍ책임 규명을 위해 대한체육회ㆍ대한철인3종협회(협회)ㆍ경주시 체육회 등을 상대로 관계자 30여 명을 조사하고 관련 자료를 분석 및 검토했다.

고 최숙현 선수의 동료 선수들과 이용 의원 등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지난달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고 최숙현 선수 사망사건과 관련해 피해 실태를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 최숙현 선수의 동료 선수들과 이용 의원 등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지난달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고 최숙현 선수 사망사건과 관련해 피해 실태를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사 결과에 따르면 관계자들은 최 선수의 간절한 구호 요청에 안일한 자세로 임했다. 시작은 해당 종목을 총괄하는 협회였다. 지난 2월 최초 제보를 받은 협회 관계자 3명은 가해자 말만 믿고 제보를 묵살했다. 이 과정에서 가해자에게 사실확인차 신고자의 신상 및 제보 사실을 누설해 공익신고자보호법을 위반한 혐의도 받고 있다. 최 선수가 6월 녹취록을 포함해 6월 진정서를 제출했을 때도 자체조사 없이 바로 클린센터에 이첩하는 등 책임 회피에만 급급했다.

경주시체육회는 사태를 알고도 눈을 감았다. 문체부는 "최 선수 사망 한달 전 팀 내 폭행사실을 인지했음에도,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았다"며 "전국체전 출전 명단에 포함된 팀 닥터의 존재도 확인하지 않는 등 실업팀을 부실하게 관리 운영했다"고 했다.

최 선수는 상위기구인 대한체육회에도 도움을 구했으나 마찬가지였다. 상담사가 구술로 신고가 가능함에도 사건을 최초 응대한 상담사는 신고서 형태로 제출을 요구해, 신고접수에 6일이 소요됐다. 여기에 핵심 증거물인 폭행 당시 녹음파일까지 누락돼 조사는 더욱 지연됐다. 조사관 역시 최 선수가 대면조사를 꺼린다는 이유로 80일간 대면조사를 한 번도 실시하지 않는 등 '2주 이내 조사 및 조치'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 가해자 및 추가 피해자 대면조사도 시행하지 않았고, 녹취록 등 폭행을 증명할 증거자료 존재를 확인했음에도 최 선수에게 증거자료 요청을 하지 않았다. 클린스포츠센터장은 피해자를 보호할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고, 되레 피해자의 제보를 묵살한 협회에 인력 지원을 요청하기도 했다.

문체부는 "공익신고자보호법을 위반한 협회 관계자 3명에 대한 수사의뢰ㆍ중징계를 요구하고 클린스포츠센터 상담사에겐 경징계, 센터장에겐 중징계를 요구할 계획"이라며 "문체부도 체육 정책에 대한 책임자로서 대한체육회에 대한 지도ㆍ감독 소홀 책임을 물어 현 체육국장을 즉시 보직해임 조치할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대한체육회장에게도 엄중 경고 조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과 더불어 선수 권익 보호와 폭행 근절 의지가 부족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2018년 조재범 사건을 계기로 대한체육회에서 2년간 발표ㆍ수립한 대책을 조사한 결과, 세부 과제 46개 중 미이행 과제가 29개로 이행률이 37%에 불과했다. 문체부는 "회장은 엄중 경고 조치하고, 사무총장에 대해서는 해임 조치를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체부는 스포츠 인권 보호 강화를 위해 △스포츠 특별사법경찰 도입 △비위 체육 지도자 및 체육 단체 임직원 명단 공표 근거 마련 △실업팀 지도자 채용·재계약 시 징계 이력 확인 의무화 등을 법제화하기로 했다. 또 9월 초부터 신고 접수ㆍ조사를 시작하는 스포츠윤리센터의 기능과 조사권을 강화하고 2021년까지 인력과 예산을 대폭 확충, 지역에서 일어나는 인권침해에 신속 대응하기 위해 지역사무소 3개소를 설치하기로 했다.

최윤희 차관은 "이번 조사를 통해 선수들이 겪고 있는 체육 현장의 열악한 인권 실태를 확인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 제도 뿐만 아니라 체육계의 성적 지상주의와 온정주의 등 일부 잘못된 관행ㆍ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현장과의 소통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오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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