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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무 7조' 쓴 조은산 "진보? 보수? 그저 시대의 문제 봤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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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시무 7조' 쓴 조은산 "진보? 보수? 그저 시대의 문제 봤을 뿐"

입력
2020.08.28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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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하지 않는 정권 비판에 그치고 싶지 않아"
"갑작스런 관심에 떨려...같은 이름 작가들께 죄송"

한국일보 자료사진

한국일보 자료사진

"제 자식이 잘되길 바라는 아버지의 마음으로 쓴소리를 했습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 '다치킨자 규제론'과 '시무 7조' 등의 상소문을 올린 성명 불상의 청원인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이른바 '진인 조은산(필명)'씨다. 참신하고 뛰어난 필력 덕에 그의 정체를 궁금해 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일부에서는 경력이 상당한 작가로 추정하기도 한다. 실제 그와 이름이 같은(조은산) 시인과 소설가가 청원 글을 쓴 당사자가 아니냐는 오해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조씨는 예상과 달리 문학가도, 중년도 아니었다. 두 아이를 키우는 30대 후반의 평범한 남성이었다. 그는 27일 한국일보와 이메일 인터뷰에서 스스로를 "박봉의 월급쟁이로, 밥벌이에 몰두하는 애 아빠"라고 소개하며 "일용직 공사판을 전전했던 총각 시절, 현장에 가득한 먼지와 매연이 제 처지와 닮았다는 걸 느껴 스스로를 진인(먼지같은 사람)이라고 부르게 됐다"고 설명했다.

조씨는 지난달 14일 '치킨계의 다주택자 호식이 두마리 치킨을 규제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 글을 올리며 주목 받았다. 그가 올린 첫 청원 글이다. 조씨는 이 글에서 치킨 브랜드를 통해 다주택자에 대한 정부의 고강도 규제 정책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주택을 치킨에 비유하고, 다주택자를 ‘多(다) 치킨자’라 꼬집었는데 온라인에서는 '참신하다' '기막히다' 등 반응이 나왔다. 그러나 특정 회사를 언급해 청와대 방침에 따라 청원 글이 비공개 처리되자 다음날 '다치킨자 규제론을 펼친 청원인이 삼가 올리는 상소문'이라는 글을 또 다시 올렸다.

12일에는 '시무 7조를 주청하는 상소문을 올리니 삼가 굽어 살펴주시옵소서'라는 청원 글을 올렸다. 이 글에는 "조정의 대신들과 관료들은 제 당파와 제 이익만 챙기며 폐하의 눈과 귀를 흐리고 병마와 증세로 핍박받는 백성들의 고통은 날로 극심해지고 있다" 등 상소문의 형태로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신랄하게 꼬집었다.

진인 조은산(필명)씨가 지난달 1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청원 글. 현재는 비공개로 전환됐다. 청와대 국민청원 캡처

진인 조은산(필명)씨가 지난달 1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청원 글. 현재는 비공개로 전환됐다. 청와대 국민청원 캡처

해당 글의 공개 시점이 늦어지면서 청와대가 국민 청원을 조작했다는 논란까지 일었다. 그가 올린 청원 글은 100명 이상의 사전 동의를 얻은 이후로도 27일 오전까지 공개되지 않다가 이날 오후에서야 공개됐다.

다만 다치킨자를 언급한 두 건의 청원 글과 24일에 올린 '진인(塵人) 조은산이 뉴노멀의 정신을 받들어 거천삼석의 상소문을 올리니 삼가 굽어 살펴주시옵소서'라는 제목의 청원은 모두 비공개로 전환됐다. 청와대는 중복 게시거나 욕설ㆍ비속어가 사용된 경우, 개인정보나 허위사실ㆍ타인 명예훼손 등의 내용이 포함된 청원 글은 비공개 하고 있다.

그는 시무 7조 청원 글이 공개된 것에 대해 "묻힌 청원이 공개돼 온전히 국민 앞에 나서 정당한 하나의 동의를 받아낼 수 있게 돼 기쁘다"면서도 "한편으로는 크게 알려지는 게 두렵다"고 소회를 밝혔다.

조씨는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지했던 진보 성향이었지만, 현재는 진보, 보수 어느 쪽도 아니라고 했다. 특정 정당 활동도, 정치인의 팬클럽 활동도 해 본 적이 없다.

다만 줄곧 현 정부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청원 글을 올리는 이유를 묻자 "저는 제가 가진 상식과 얕은 지식으로 현 시대를 보고 문제점을 느낀다"며 "지지하지 않는 정권을 향한 비판에 그치는 것이 아닌, 지지하는 정권의 옳고 그름을 논하며 독설을 퍼부어 제 자식이 잘되길 바라는 아버지의 마음으로 글을 쓰는 것이 제 꿈"이라고 설명했다.



윤한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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