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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격차 해소방안? 정부보다 대학 입장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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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격차 해소방안? 정부보다 대학 입장 중요합니다”

입력
2020.08.30 10:30
수정
2020.08.30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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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영 착학입시상담소 운영자 인터뷰
"원격수업 이어져 고1 등 신입생 타격 클것"
대학이 적극적으로 아이들 달래야 할 때


유대영 착한입시상담소 대표 인터뷰.배우한 기자

유대영 착한입시상담소 대표 인터뷰.배우한 기자


“입시업계에서 인터넷 강의가 ‘정점’을 찍었을 때가 2008년 전후다. 이후 논술고사, 수시전형이 보편적으로 자리 잡을 때 한 스타강사가 ‘공정한 평가를 위해 수능을 고수해야 한다’고 했다. 그래야 인터넷 강의가 계속 흥할 수 있으니까. 요지는 지금 등교중지 상황에서도 수험생, 학부모들은 입시업계 관계자 말들을 가려들으셔야 한다.”

유대영(31) 착한입시상담소 운영자는 ‘코로나19 이후 교육’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유씨의는 본업은 입시학원 수학강사. 서울시 관악구에서 고등학생 보습학원을 운영하며 2018년부터 학부모 2만6,000여명이 가입한 인터넷 커뮤니티 ‘착한입시상담소’를 운영하고 있다. 온·오프라인 입시상담을 하면서 그동안 축적된 ‘성공 사례’를 소개해왔는데, 상반기 코로나19 사태 직후 카카오채널을 열어 무료상담을 시작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을 99일 남긴 26일 보습학원에서 만난 유씨는 “등교수업 중지로 인한 입시 불안은 대학이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학습격차 아닐 수도... '뇌피셜' 지적은 그만

-학원에서 체감하는 코로나19 영향력은?

“봄 무렵에는 처음 경험하는 사태이니 ‘두고보자’는 학생, 학부모가 많았는데 이제 둔감한 층은 아예 둔감, 민감한 층은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코로나19가 최초 발발할 무렵 학원을 쉬겠다는 학생이 20%가량 됐는데, 요즘은 아무래도 시험이 있으니 조심하며 다니는 분위기다. 고등학생은 입시, 초·중학교는 보건과 건강에 민감해 이건 학원마다 사정이 다를 것 같다.”

-학원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도 있나. 예컨대 대형학원은 원격강의 시설이 소규모학원보다 나으니까 그쪽으로 몰린다든지.

“반사이익을 보는 집단이 없을 거라고 본다. 학원을 쉬면 아예 쉬지 원격강의 되는 학원으로 옮기는 게 아니다. 학교처럼 학원 원격수업도 안 보는 학생은 안 보고.”

-내가 학부모라면 학교가 문 닫을 만큼 감염병이 불안하면 학원도 인터넷 강의(인강)으로 바꾸라고 할거 같은데 1학기 대형학원 실적을 봐도 인강 매출이 눈에 띄게 늘진 않았더라

“(온·오프라인 강의) 차이가 있다. 인강의 정점은 사실 이미 끝났다. 이건 학생부종합전형과 엮어서 봐야 하는데, 수시로 학생부 반영 비중이 높아지면서 학교 중간·기말고사, 각종 활동이 중요해졌다. 반면 인강은 수능 중요성과 함께 시장이 커졌다(이런 대규모 강의로 각 학교마다 중간·기말고사 준비해주긴 어렵다). 그리고 강의를 잘하는 것과 개별 학생의 학습효과는 다른 문제다. 강의가 좋아도 학생 수준에 따라 받아들이는 정도가 다르고, 인강도 의지가 있는 학생들이 본다. 그래서 인강 자체보다 인강에 필요한 교재가 입시시장에서 중심이 된지 오래다. 저도 모 학원에서 인강을 제작하는데, 대부분 단과반이 아니라 다른 과목까지 다 듣는 ‘패키지’ 학생이고, 이용률을 보면 진도율 자체가 엄청 낮다. 100명이 신청하는 90명은 초반 1,2개 강좌 보는 수준이다.”

-직장인 영어 인강 이용 패턴과 비슷한데

“네. 더구나 학교 시험을 대비하는 보습학원과는 시장 자체가 완전히 다르다.”

-그래서 학교가 셧다운돼도 학원은 간다?

“그렇다.”(31일부터 일주일간 수도권 300인 미만 학원도 이용 금지 시설이 포함됐지만 37%에 달하는 10인 이하 소규모 교습소는 운영할 수 있다)

-1학기 원격수업을 실시하며 학부모·교사들이 가장 우려한 사항이 ‘학습격차’ 문제다. 학원에서도 경험하나.

“중간·기말 성적은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아이들에게 문제가 생겼다기보다 학교 시험은 수업의 짧은 호흡, 그 내용을 얼마나 충실하게 반복했느냐가 관건인데, 여기서 벌어지는 격차다. 한데 한두 번 시험 망치고 ‘난 수시모집은 안되겠어’라고 지레 포기하는 아이들이 생기면 그게 진짜 문제다. 더 나아가 학교급이 바뀌면서 평가시스템이 달라져 당황하는 신입생들이 많다. 중학교에서 상위 20%쯤 해서 A성적을 받았어도 고등학교 가면 4등급까지 내려간다. 평가 체계가 다를 뿐인데 성적이 떨어졌다고 생각하는 학생이 더 많다. 고1은 안 그래도 좌절하는 상황인데 코로나19로 그게 더 심해질 수 있다는 말이다. 고2도 코로나 사태로 학생부 비교과활동 할 것도 없어 일찌감치 (공부) 돌아선 학생이 생길 수 있다. 실제 입시 결과에 대해 유의미하다고 보진 않는데 ‘수시 끝났구나’ 생각할 수 있다.”

28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인근 학원가의 모습. 31일부터 모든 학원에 집합금지 조치가 내려짐에 따라 학원 수업은 비대면 형식으로만 진행할 수 있게 됐다. 연합뉴스

28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인근 학원가의 모습. 31일부터 모든 학원에 집합금지 조치가 내려짐에 따라 학원 수업은 비대면 형식으로만 진행할 수 있게 됐다. 연합뉴스


고3 보다 고1 학습부족 걱정해야

-고3보다 ‘진도 빼는’ 고1,2학년의 학습격차가 심각할 수 있다는 말인가

“사실 학력격차보다는 시험격차가 두드러진 현상이라고 본다. 우리는 교육의 효과를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는 거 같다. 제가 살펴본 논문 중 재수를 해도 수능처럼 준비할 때 긴 호흡이 필요한 시험은 성적이 크게 오르지 않았다는 결론이 많다. 다만 코로나19로 인한 심리적 불안감은 있고, 이렇게 첫 단추가 잘못 꿰어지면 대부분 헤어 나오기 어려운 데 그 지점은 우려스럽다.”

-오히려 등교중지에서 입시학원에서 배운다는 학생들이 많다.

“학원이 매출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실제 시험과 연관성이 떨어지는데도 사교육계에서는 3월 모의고사가 중요하다고 마케팅한다. 그다음에 또 4월 모의고사가 중요하다고 하고 수능 100일 남았을 때는 100일만에 끝내는 프로그램 등 끊임없이 마케팅한다. 이게 문제다. 그래서 대안이 교육당국도 아니고 엄한데서 나온다. 사교육 컨설팅 하는 사람들이 ‘학교 안 가니까 바깥에서 뭐라도 해라’고 부추긴다. 학교 못가면 다 같이 못 가니까 그걸 수용하고 가면 되는데, 외부 활동봉사라도 하라고 하고 이제 그것도 안 되니까 집에서 연구보고서라도 쓰라고 한다.”

-대안은 뭔가

“대학이 적극적으로 아이들을 위로해줄 수 있으면 한다. 학생부종합평가는 중간·기말고사를 단편적으로 평가하는 게 아니라 고교 학교생활 전체를 보는 과정이다. 배움의 어떤 과정에도 의미가 있으니 주요 과목 말고 다른 과목도 좀 공부하고, 동아리활동도 하면서 학교생활 충실하라는 취지인데, ‘비교과도 평가한다’고 인식하면서 이 부분에 사교육시장이 또 발달하게 됐다. 기본 취지로 돌아가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해서 평가하겠다’고 고1ㆍ2학년에게도 대학별로 가이드라인을 주는 게 좋다. 구체적으로 미리 발표하면 아이들 불안이 훨씬 덜할 거다. (입학 결정권이 대학이 있는 만큼) 교육당국보다 대학이 나설 때 더 효과적이라고 본다.”

-학부모들께 당부할 말은

“대학입시가 수능에서 수시, 학종 중심으로 넘어오면서 양극화가 훨씬 덜해졌다는 연구결과가 많다. 하지만 기성세대는 예전 자기 경험, 입시업계 관계자 말 듣고 학종이 양극화를 부추긴다고 인식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조민 사태', ‘드라마 스카이캐슬 열풍’이 그런 심증을 더 굳게 만들 것이고. 실제 현장과 학부모들이 생각하는 게 다를 때가 많다. 코로나19 사태에서 등교중지도 마찬가지다. 대입준비는 호흡이 긴 과정이다. 입시 전문가들의 제안을 비즈니스적인 접근인지, 정말 제대로 된 처방인지 구분해 들으셔야 한다.”

이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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