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노리는 잠룡 진영 연설?주목
펜스, 화끈ㆍ노골적 트럼프 찬양
헤일리ㆍ 폼페이오도 눈도장 찍기
24일(현지시간) 시작된 미국 공화당 전당대회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가족 잔치’로 치러지고 있지만 전통적인 면모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트럼프 시대 이후를 노리는 잠룡들의 은근한 경쟁은 여전한 관전 포인트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 팀 스콧 상원의원 등이 전대 연설을 통해 보수 유권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으며 ‘포스트 트럼프’ 경쟁에 돌입했다. 물론 전대에 나서지 않은 유력 중진들도 물밑에서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는 중이다. 공화당이 11월 대선에서 패할 경우 트럼프와의 차별화로 차기 주도권을 잡겠다는 노림수가 깔려 있다.
펜스, 낯뜨거운 트럼프 찬양... "아첨을 고급 예술로 만들어"
전대 셋째 날인 26일 부통령 후보 수락 연설에 나선 펜스 부통령은 트럼프를 비호하는 데 온 힘을 쏟았다. 그는 메릴랜드주(州) 볼티모어의 역사 성지 맥헨리 요새에서 가진 연설에서 “지난 4년간 나는 대통령이 끊임없는 공격을 견디면서 매일 국민에게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것을 지켜봤다. 과거 어떤 대통령도 그만큼 독립성과 에너지, 결단을 보인 적이 없었다”며 트럼프를 한껏 띄웠다. 또 “그는 원칙의 인간”이라면서 즉흥ㆍ충동의 대명사인 트럼프의 이미지를 희석시키려 애썼다.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해서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의 국가자원을 동원했다”며 트럼프 영웅 만들기에 골몰했다. 심지어 “나는 어머니가 두 번째로 선호하는 후보”라는 노골적 아첨까지 곁들였다.
맞상대인 민주당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을 향해선 트럼프처럼 색깔론으로 일관했다. 펜스 부통령은 “바이든은 급진 좌파를 위한 트로이목마”라며 “미국을 사회주의와 쇠퇴의 길로 이끌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바이든에게 ‘좌파의 꼭두각시’라는 낙인을 찍은 트럼프와 똑같은 논리다. 그는 반(反)인종차별 시위 역시 “우리는 거리에 법과 질서를 가져올 것”이라며 “반면 바이든은 나라 전역의 도시를 에워싼 폭력과 혼돈에 대해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면서 화살을 돌렸다. 일간 워싱턴포스트는 “펜스는 ‘아첨을 고급 예술로 만들었다’는 비난에 아랑곳 없이 차기로 가는 유일한 길은 트럼프가 원하는 말은 무엇이든 해주는 것이라고 결정한 것 같다”고 비꼬았다. 이어 “트럼프에 대한 칭송으로 차기 (대선) 후보가 결정될 경우 경쟁은 끝났다”고 했다. 전대 찬조연사로 나선 다른 잠룡들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화끈하게 트럼프를 띄웠다는 얘기다. 트럼프는 펜스의 연설이 끝난 직후 부인 멜라니아 여사와 행사장에 깜짝 등장해 축하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헤일리는 개인사 부각, 폼페이오는 법위반 무리수
전대 첫날 무대에 등장한 헤일리 전 대사는 ‘개인사’를 부각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는 트럼프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면서도 인도 출신 이민 2세인 자신의 인생역정과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 시절 치적을 내세우며 지도자로서의 자질을 유권자들에게 각인시켰다. 공화당의 유일한 흑인 상원의원인 팀 스콧 의원도 ‘아메리카 드림’을 이룬 개인적인 자랑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펜스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트럼프의 또 다른 충성파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전대 둘째날 국무부의 오랜 정치 중립 관행까지 깨며 녹화 연설을 강행했다. 다만 공직자의 정치활동을 금지한 현행법 위반 논란을 감수하며 무리수를 둔 것 치곤 짧은 연설 시간 등으로 눈도장 효과가 그리 크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전대 주인공은 아니지만... 중진들도 절치부심
이번 전대가 차기 주자들의 오디션 무대 성격을 띠긴 했으나, 그렇다고 연설을 하지 않은 중진 인사들이 차기 경쟁 구도에서 빠지는 건 아니다. 트럼프가 대선에서 패배하면 대통령 찬양 일색으로 진행된 전대에 나서지 않은 것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국면에서 트럼프와 각을 세웠던 ‘한국 사위’ 래리 호건 메릴랜드 주지사, 벤 새스 상원의원 등 당내 반 트럼프 주자들 뿐아니라, 론 디샌티스 주지사, 마코 루비오ㆍ릭 스콧 상원의원 등 ‘플로리다 3인방’ 및 4년 전 대권에 도전했던 테드 크루즈ㆍ조시 하울리 상원의원 등도 전대에 불참했다. 일단 2024년을 향한 경쟁은 전대 참석자 대 불참자 사이에서 시작된 셈이다.
한편 이날 전대의 화두는 ‘여성층 공략’이었다. 트럼프 차남 에릭의 부인인 라라 트럼프는 시아버지를 “따뜻하고 배려심 많은 사람”이라며 인간적 면모를 극찬했다. 케일리 매커내니 백악관 대변인, 켈리앤 콘웨이 백악관 선임고문 등 다른 여성 연사들도 대거 등장해 여성 유권자들의 표심을 자극했다. 미국에 망명 중인 중국의 반체제 인사 천광청(陳光誠) 변호사도 나와 “중국 공산당은 인류의 적”이라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강경 정책을 두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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