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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최재형 감사원장이 물을 마시고 있다. 2020.08.25 오대근 기자
최재형 감사원장이 여권의 집중포화를 맞고 있다. 첫째 이유는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 결정에 대한 감사를 결론을 정해 놓고 진행, 대통령 핵심 공약인 탈원전 정책에 흠집을 내려 한다는 의심이다. 두 번째는 감사위원 임명 추천 과정에 대통령 인사권을 무시했다는 것이다. 여당 의원들이 헌법기관인 감사원 수장 면전에서 직접 사퇴를 요구하는 건 과도하지만, 그만큼 여권의 ‘윤석열 트라우마’가 크고 깊다는 방증이다.
□사태는 최 원장이 자초한 측면이 강하다. 총선 직전인 4월 초 감사위원회 직권심리를 세 차례나 열었는데도 결론이 보류되자 임명 4개월 밖에 안 된 원전 감사 담당 국장을 전격 교체했다. “좀 더 치밀한 감사를 위해서”라는 해명은 최 원장에 대한 의심을 확신으로 키웠다. “(직권심리에서) 최 원장이 ‘대선에서 41% 지지밖에 받지 못한 정부의 국정 과제가 국민적 합의를 얻은 거냐’고 했다”는 백운규 전 산자부 장관의 폭로는 여권의 분노를 촉발했다.
□감사위원 임명 논란도 원전 감사와 관련이 깊다. 최 원장이 추천한 판사 출신 후보자가 낙마한 뒤 청와대가 미는 검찰 출신 인사를 임명 제청했다면 상황은 달랐을 것이다. 하지만 월성 원전 감사에서 최 원장과 감사위원 5인 간 ‘1대 5’ 대립설이 파다한 마당에 친정부 인사가 더 가세하면 최 원장은 완전히 고립된다. 이 때문에 최 원장은 외견상이라도 객관적인 인물을 참여시켜 월성 원전 감사와 결론 도출 과정에 대한 증인으로 삼으려 하는 것 아닐까.
□최 원장이 친원전 성향인지, 결론을 정해놓은 감사를 주도하는지는 알기 어렵다. 판사 출신인 그가 법 원칙주의자로서 임명 제청 권한 등 ‘감사원 독립성’ ‘41% 지지’ 등은 못할 말은 아니다. 하지만 판사가 사건 관계인의 판결 승복을 위해 재판의 외관조차 공정하게 진행해야 하는 것처럼 감사원장 역시 감사 결과의 신뢰를 위해 감사 과정에서 자신을 철저히 객관화해야 한다는 점을 간과한 듯하다. “정권이 바뀌어도 평가가 달라지지 않을 감사 결과”라는 그의 목표는 공감하지만 그것에 집착해 탈원전에 대한 개인 시각의 일단을 들킨 것은 큰 패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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