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들 중심으로 '불공정' 분노 커져
전공의 이상은 비인기과 인력난 지적
의과대학 정원 확대 등 정부의 의료정책에 반발해 대학병원 전공의·전임의들이 대거 집단휴진에 나선 가운데 이를 바라보는 여론은 싸늘하기만 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이란 국가 위기 상황에서 의사들이 '환자의 생명'을 담보로 파업을 벌이는 게 말이 되느냐는 것이다. 의료 인프라의 대도시 쏠림 현상이 명백한 점을 들어 의료단체의 이번 파업을 '밥 그릇 싸움'으로 보는 시각도 적잖다.
하지만 이번 파업의 선봉에 선 20~30대 전공의와 의대생들은 "어차피 지금 늘어날 의대 정원은 10년 뒤에나 의사가 되는 만큼 당장의 밥그릇 싸움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일방적인 정부 정책의 불공정성과 그 정책이 가져올 '의료 인력 빈익빈부익부'를 좌시할 수 없을 뿐"이라고 입을 모았다. 정부의 정책 취지가 좋고 나쁜지를 떠나 정책 자체가 공정하지 못하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의료계 파업에 동참하고자 동맹 휴학계를 낸 서울의 한 사립대학교 의예과 2학년 A(22)씨는 "의대생과의 상의 한 마디 없이 의대 정원을 마음대로 늘리는 건 어려운 경쟁을 뚫고 입학한 우리 세대 노고를 헛수고로 만드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공공의대의 경우 시ㆍ도지사에 추천권을 부여해 학생을 2, 3배수 추천한다는데 이것이 얼마나 불공정한 입시 도구로 쓰일지 눈에 훤하다"고 말했다.
"비인기과의 고질적 문제인 '수가 개선' 없이 의대 정원만 늘리면 특정 인기 과로 사람이 몰리는 현상이 되레 심화될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파업에 동참한 고려대학교병원 전임의 1년차 B씨는 "비인기과는 부작용 위험이 큰 수술이 많은 데 비해 수가 개선이 전혀 안돼 병원 측의 보상 지원을 기대할 수 없다"며 "이로 인해 불가피한 수술 합병증 손해배상까지 의사 개인이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도 비인기과 주치의들은 수억원대 단위의 소송에 걸려 있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고 현재 학생 신분인 전공의들도 법적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며 "아무리 직업적 사명감이 강해도 매번 수술 배상까지 개인이 책임져야 하는 상황을 얼마나 버틸 수 있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료계 파업에 참여한 고려대학교병원 전임의 2년차 C씨 역시 비인기과의 고충을 털어 놓았다. C씨는 "아무리 신약이 나와도 급여 문제를 정부에서 해결해 주지 않아 환자에게 처방도 못 하는 실정"이라며 "실력 좋은 비인기과 전임의들이 결국 열악한 의료 상황을 견디지 못 해 피부·미용과 같은 인기 비급여과로 옮겨 가는 걸 지켜 보고만 있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어 "정부가 증원한다는 새 의사 4,000명 역시 같은 전철을 밟을 텐데 증원 자체가 무슨 효용이 있겠느냐"고 한숨을 쉬었다.
한편 정부와 의료계는 접점을 찾지 못하고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면서 의료공백에 따른 국민 불안도 커지고 있다. 현역 의대생으로 구성된 대한의과대학ㆍ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은 이날 "이번주까지 80% 가까운 의대생ㆍ의전원생이 휴학계를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국 의대 본과 4학년생들은 10명 중 9명이 의사 고시를 거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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