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우리 말글의 아름다움

입력
2020.08.28 04:30
수정
2020.08.28 10:11
25면
0 0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어느 언어가 더 아름다운지 따지는 일은 무의미하다. 미적 판단은 저마다의 문화와 환경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취향에 대해서는 논쟁할 수 없다"는 격언은 언어의 아름다움을 따지는 데에도 어김없이 적용된다.

국어학자 양주동은 ‘아름다움’의 어원을 ‘사(私)답다’, 즉 ‘나와 같다’에서 찾았다. 시인 조지훈 역시 ‘아름다움’을 어떤 대상에서 자기와 같은 것을 발견했을 때의 감정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우리 말글은 가장 우리다우니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일 터이다.

또한 한자어 ‘미(美)’는 ‘양(羊)’과 ‘크다(大)’가 합쳐진 것으로, 이를 풀어보면 양이 크면 살지고 맛이 있다는 것이니 그 의미가 실용성에 닿아 있다. 이렇게 ‘아름다움’과 ‘미’의 뜻을 모아보면, 우리에게 맞고 쓸모 있어야 비로소 아름다운 것임을 알 수 있다.

세종은 '훈민정음'에서 한글 창제의 이유로 우리말이 중국과 다르다는 점, 백성이 뜻을 펼 수 없다는 점을 꼽았는데 이 두 문제점을 해결한 한글은 우리에게 맞고 쓸모 있으므로 더욱 아름답다. 여기서 더 나아가 겉으로 드러나는 아름다움도 무시할 수 없다. 창제 당시의 옛 글꼴들은 오늘날의 관점에서도 여전히 조화롭다.

우리 말글의 아름다움을 가꾸는 일은 국어학자나 컴퓨터 글꼴 개발자 같은 전문가가 아니어도 된다. 되도록 우리다운 말글을 찾아 쓰려는 누구나, 더 예쁘게 쓰기 위해 혼자 손글씨 연습을 하는 누구나 모두 세종의 후예들이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언어는 없을지라도 가장 사랑받는 언어는 있을 수 있다. 그리고 사랑받으면 더욱 아름다워진다. 우리 말글도 그렇다.

강미영 국립국어원 학예연구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