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 실시된 한미연합군사연습이 열흘의 일정을 마치고 28일 종료된다. 이번 훈련에 대한 북한의 반응은 이례적이었다. '북침 전쟁 책동'이라는 원색적 비난도, 맞불 차원의 군사 도발도 없었다.
美 대선까지 '인내' 기류 연장선
올해 한미 훈련 규모가 축소된 점을 감안하더라도 북한의 '잠잠한' 반응은 "이상할 정도"라는 반응이 나온다. 중장거리탄도미사일인(IRBM)인 화성-12형 시험 발사(2017년 8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 발사(2016년 8월) 등 한미 훈련 기간의 북한의 군사 도발은 때로는 '당연한 일'이었다.
올해는 군사 도발은커녕 의미를 둘 만한 비난 성명 조차 나오지 않았다. "남조선이 8월을 무난히 넘기려면 눈앞의 불씨가 큰 불로 번지지 않게 자중해야 할 것"(조선신보)을 비롯해 북한 선전매체의 관성적 반응이 전부였다.
북한은 올해 11월 열리는 미국 대선까지는 '인내'하기로 한 듯하다. 북한은 지난 6월 16일 개성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뒤 대남 군사행동을 예고했으나, 며칠 만에 보류하고 대남 압박을 자제하고 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남측 대북 정책에 대해 기대감을 갖고 있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북한은 이인영 통일부 장관 등 최근 새로 교체된 남측 외교안보라인도 공격하지 않고 있다. 지난 7월 북한의 대남 비난은 19건으로, 올해 들어 월간 최저치였다.
훈련 기간에 김정은 이례적 동선 노출
'내부 상황'도 북한을 잠잠하게 한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사태로 경제가 더욱 악화했고, 장마와 제8호 태풍 '바비'까지 겹쳐 남측으로 시선을 돌릴 겨를이 없었을 수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올해 들어 정치국과 정무국 회의를 7차례 주재했다. 대부분 재난 대응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다. 김 위원장의 관심이 온통 '경제 복구'라는 방증이다.
전직 통일부 고위 관료는 "한미 훈련 기간에 북한 최고지도자가 재난 대응을 위한 회의를 주재한 장면 자체가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북한은 한미 훈련 기간엔 최고 지도자의 동선 노출을 최소화 했다.
북한은 훈련 기간인 25일 재난 대책 논의를 위한 제7기 제17차 정치국 확대회의를 김 위원장이 직접 당 중앙위 본부청사에서 주재했다고 보도했다. 훈련 기간에 모습을 드러내야 할 정도로 김 위원장이 민심 동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는 뜻일 수 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