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병원서 전공의 이탈 가시화
정부 '업무개시명령서 발부' 초강수 맞대응
의료계 원로들 의견 청취하며 고발은 잠정 보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400명을 넘어선 27일, 전공의ㆍ전임의들이 하나 둘 사직서를 내는 등 이탈이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정부는 전날 업무개시명령을 내린 수도권 소재 수련병원 의사들에게 개별 업무개시명령서를 발부하는 초강수로 맞섰다. 그래도 대학병원장들과 대화를 이어가고, 전공의들에 대한 고발장 제출도 잠정 보류하는 등 협상의 끈은 놓지 않았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은 이날 희망자에 한해 사직서를 내는 ‘제5차 젊은의사 단체행동’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실제 30명 안팎의 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전공의 전원이 사표를 냈다. 세브란스병원 관계자는 “응급의학과 전원이 사표를 냈고, 다른 과에서 접수된 사표는 없다”고 밝혔다. 대전협은 이날 낮 중간 취합 결과 76%의 전공의가 사직 의사를 표시했다고 밝혔다.
전임의들도 사직을 결의했다. 전임의들은 이날 '전국 전임의 성명'을 통해 "정부의 정책 추진에 강력히 반대함을 결의하며 사직서를 제출한다"고 밝혔다. 전날 유포된 ‘서울아산병원 임상강사 성명서’라는 제목의 글에는 “임상강사들 역시 비민주적 추진에 반대 의견의 힘을 보태고자 사직서를 제출하게 됐다”며 “의료 정책을 정상화하기 위한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며 간절한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아산병원 관계자는 “현재까지 사직서가 제출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서울 시내 주요 병원의 파업 여파는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전국 수련병원 165곳 소속 전공의 8,825명 중 6,070명(68.8%)이, 전임의 1,954명 중 549명(28.1%)이 집단휴진에 참여 중인 것으로 집계됐다. 전공의 94%가 파업에 참여중인 삼성서울병원은 수술 취소ㆍ조정건수가 전날 34%에서 이날은 40%로 늘었다. 다만 전임의의 경우 파업 참여율이 다소 줄었다. 24일에는 12%였지만 26일에는 4%로 감소했다. 동네병원들의 휴진도 여전하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이날 17개 시도 의원급 의료기관 3만2,787곳 중 2,926곳(8.9%)이 휴진했다. 전날(10.8%)보다는 다소 줄었다.
정부는 전날에 이어 초강수로 맞섰다. 보건복지부는 이날 전공의 358명에 대해 업무개시 명령서를 발부했다. 하루 전 조사한 20개 병원의 응급실과 중환자실, 전공의 중 휴진자가 대상이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방역총괄반장은 “26일 방문한 수련병원을 재방문해 휴진한 전공의 등의 복귀여부를 점검하고 미복귀 시 고발조치할 계획”이라며 “업무개시명령에 불응하는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되며 면허정지나 취소 등의 행정처분이 가능하다”고 경고했다. 파업이 이어지면 업무개시명령과 현장조사 대상을 전국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도 의료현장을 떠난 의사들을 ‘전시상황에 전장을 이탈한 군인’에 비유하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한국 교회 지도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의료계의 집단행동이 국민들에게 불안과 고통을 주고 있다”며 “코로나 위기 상황에서 의료인들이 의료 현장을 떠난다는 것은 전시상황에서 군인들이 전장을 이탈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사상 최대의 화재가 발생했는데 소방관들이 화재 앞에서 파업하는 것이나 진배없다고 생각한다”고도 덧붙였다.
정부는 법적조치를 이어가면서도 협상의 여지는 열어뒀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대학병원장들과 만난 자리에서 “국민 안전과 신변 보호는 최우선 임무이기 때문에 정부는 이를 엄격히 이행해야 함을 양해 바란다”며 법적 조치를 이어갈 것을 시사했지만 이날로 예정된 고발조치는 잠정 보류했다. "다양한 경로로 의료계 원로들의 의견을 듣고 있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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