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와 사회적기업은 찰떡궁합"… 남의 인생2막 열어주는 인생2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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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와 사회적기업은 찰떡궁합"… 남의 인생2막 열어주는 인생2막

입력
2020.09.02 04:00
수정
2020.09.07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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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대 IT 전문가 출신 신창용-공직 외길 이봉준 이사?
'앙코르 브라보노 협동조합'서 중장년 전직지원 투신

편집자주

은퇴 이후 하루하루 시간을 그냥 허비하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삶에서 재미를 찾지 못하고, 사소한 일에 분노를 표출하기도 합니다. 은퇴 후 삶은 어때야 하는 걸까요. <한국일보>는 우아하고 품격 있게 인생 2막을 살고 있는 분들의 이야기를 매주 수요일 연재합니다.

7일 서울 은평구 앙코르 브라보노 협동조합 사무실에서 만난 신창용(왼쪽)·이봉준 이사. 또 다른 협동조합 사무실과 벽을 트고 있는 이곳에서 두 사람을 비롯한 조합원 11명이 매주 월요일 모여 사업 방향이나 계획 등을 점검하며 난상토론을 갖는다. "나이든 사람들이라 목소리가 크잖아요. 옆 사무실 젊은 조합원분들이 시끄럽지 않을까 몰라(웃음)." 이한호 기자

시니어 재취업과 관련해 요즘 국내에서도 제법 활발히 회자되고 있는 말이 '앙코르커리어'다. '다시 한번'을 청하는 프랑스어 '앙코르(encore)'와 경력을 뜻하는 영단어 '커리어(career)'를 결합한 이 개념은 △인생 후반의 지속적 수입 △개인적 의미와 성취 △사회적 가치와 영향이란 세 요소를 모두 충족하는 일자리를 의미하는데, 국내에선 중장년 퇴직자가 사회적기업이나 비영리단체(NPO)에 재취업하는 경우로 통용된다.

공공 부문(제1섹터) 및 민간영리 부문(제2섹터)와 구별해 제3섹터로 불리는 이들 기관이 '인생 2막'의 주요 대안으로 부상하는 이유는, 나이든 이들이 공직이나 민간기업에 취업하기가 쉽지 않은 현실과 인생 후반기엔 수입뿐 아니라 보람을 함께 얻을 수 있는 직업을 원하는 경향이 절충돼 있기 때문이다.

2015년 창립된 '앙코르 브라보노 협동조합'은 1997년 미국에서 주창된 앙코르커리어 프로그램을 선구적으로 도입해 국내 중장년 대상 전직 지원 사업을 다양하게 수행해온 기업이다. 전문성 있는 퇴직자를 사회적기업과 연결해 유급 채용을 주선하는 '앙코르 펠로우십', 시니어의 현장 경험과 인맥을 살려 사회적기업 제품의 판로를 넓히는 '소셜 프로모터' 등이 대표적 사업이다. 각자의 전문 직종에서 오랜 경력을 쌓은 40~60대 조합원 11명이 함께 조합을 꾸리고 있다.

조합명 브라보노(Bravono)는 이탈리아어 찬사 '브라보(bravo)'와 사회에 공헌하는 전문가를 뜻하는 '프로보노(pro bono)'의 조어다. 역량 있는 중장년 퇴직자들에게 프로보노의 길을 열어줌으로써 조합원들도 프로보노 역할을 다하는 것이 조합이 추구하는 바다.

베이비붐 세대 전직 지원에 투신하다

신창용(64)·이봉준(66) 이사는 조합에 둘뿐인 60대 회원이다. 조합 창립 멤버인 신씨는 국내 대기업 계열 시스템통합(SI) 회사에서 30년 넘게 공공기관 및 금융기관 전산시스템을 구축하는 업무를 담당해왔다. 이씨는 정년까지 공직에 봉직한 뒤 지자체 출연 재단에서 경영총괄 본부장을 3년간 역임했다. 이후 지난해 조합에 합류하기 전까지 서울시50플러스재단에서 퇴직자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업무를 2년간 해왔다.

조합의 주고객은 말할 필요 없이 수년 전부터 정년에 들어서고 있는 베이비붐 세대(1955~63년생)다. 주지하듯 이 세대의 인구는 713만명,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15%에 해당하는 큰 집단인 터라, 이들의 인생 후반기 경제적·정서적 안정 여부는 우리 사회 전체가 관심을 기울여야 할 현안이기도 하다. 퇴직 세대의 제3섹터 진입을 안내하는 조합의 사업이 공적 성격을 띠는 이유다. 그 자신들이 베이비붐 세대의 맏형 격 연배인 두 60대 이사에겐 실감과 사명감이 더할 수밖에 없다. 다른 세대원에 앞서 '인생 이모작'을 모색하면서 부딪친 경험과 깨달음이 있기 때문이다.

"뜻밖의 퇴직이었습니다. 갑자기 일을 그만두고 6개월을 방황했습니다. 귀촌할까 고민도 하고 창업을 준비하기도 했죠. 다행히 1년 간 다른 회사 고문직을 맡아 유예기간을 벌었습니다. 그 사이 전직에 필요한 다양한 교육을 받는 과정에서 새로운 동료들을 만났습니다. 자동차 회사 해외지사장, 유통업계 임원, 금융계, 통신업계 등 출신도 다양했습니다. 우리 퇴직자들이 '인생 1막'에서 길러온 역량을 필요로 하는 곳이 반드시 있을 거란 공감대가 형성됐고, 이는 협동조합 설립으로 이어졌습니다."(신창용)

"공무원으로 정년퇴직한 뒤 3년을 더 근무했더니 '더 일한다는 건 욕심'이란 생각이 들더군요. 연금으로 은퇴 생활을 꾸리면 된다는 막연한 생각으로 쉬기 시작했는데, 6개월이 지나니까 자기효능감이 떨어졌어요. 스스로 무력감과 상실감에 빠졌죠. 그러던 중 고용센터에 갔다가 나와 같은 퇴직자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눈에 띄었습니다. 전직 지원 전문가 과정을 밟기 시작했고, 이를 발판으로 서드잡(3번째 직장)을 거쳐 조합 활동에 이르렀습니다."(이봉준)

이봉준(왼쪽)·신창용 앙코르 브라보노 협동조합 이사가 7일 서울 은평구 사무실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조합은 중장년 전직 지원, 그 중에서도 제3섹터라 불리는 사회적기업으로의 전직을 지원하는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이한호 기자


"시니어와 사회적기업은 천생연분"

이들은 퇴직자와 사회적기업이 상호보완할 여지가 크다고 본다. 사회적기업은 지향점이 훌륭하고 의욕적이지만, 매끄러운 기업 운영을 위한 실무 경험이나 인건비 등을 감당할 자본력이 아무래도 부족하기 쉽다. 오래 축적해온 노하우를 보람있게 쓰고 싶어하면서도 현역 시절만큼의 '몸값'은 요구하지 않는 시니어들과 잘 어울리는 조건이다.

조합이 출범 첫해부터 수행해온 '앙코르 펠로우십' 프로그램 성과도 이들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2015~17년 프로그램을 수료한 53명 중 34명이 사회적기업 인턴십(3개월)에 매칭됐고, 이 중 절반가량(16명)은 정식 직원으로 채용됐다. 예컨대 군 장교로 복무한 뒤 대기업에서 경영기획을 담당했던 60대 시니어는 "한 사회적기업의 인턴으로 일하며 '차원이 다른' 기획 역량을 보여준 덕에 5년째 그곳에서 일하고 있다"고 이들은 전했다.

직장을 떠난 뒤에야 전직 준비의 중요성을 절감한 터라 두 사람은 현직 때부터 재취업 지원 프로그램이 가동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행히 올해 5월부터 직원 1,000명 이상 대기업은 이직을 원하는 50대 직원에게 진로 설계, 취업 알선, 재취업 및 창업 교육 등을 제공하도록 의무화됐다. 조합도 전직 지원 서비스 시장 확대에 맞춰 앙코르커리어 진입로를 넓혀 나갈 계획이다. 이씨는 "퇴직이 곧 은퇴를 뜻하던 시대는 지났다"며 "젊을 때부터 재무관리를 철저히 하는 한편, 자신의 전문성을 파악하고 계발해 퇴직 후 진로를 미리 모색해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훈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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