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외벽 무너지고 가로수도 두동강
제주 항공기 전편 결항에 바닷길도 막혀
집중호우 피해 입은 호남ㆍ충청지역도 긴장
역대급 강풍과 폭우를 동반한 제8호 태풍 ‘바비’가 26일 제주를 강타했다. 초속 40m에 가까운 강한 바람으로 가로수가 부러지고 아파트 외벽이 무너지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제주 기점 항공편이 전편 결항됐고 바닷길도 끊겨 제주는 고립됐다. 제주를 때린 바비는 세력을 유지한 채 북상 중이어서 이동 경로에 포함된 서해안 지역도 온종일 긴장의 끈을 놓지 못했다.
이날 제주도소방안전본부에는 태풍 피해 신고가 폭주했다. 오후 5시 기준 130여건의 피해 신고가 접수됐다. 제주시 도남동 자동차 판매장 건물 앞에 세워진 대형 입간판이 쓰러지면서 맞은편 도로 3차로를 달리던 차량 2대가 급정거를 하다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또 제주시 이도2동 아파트에서 외벽 마감재가 강풍에 뜯겨 떨어지면서 승합차 한 대가 파손되고, 제주시 아라동에서는 가로등이 쓰러지면서 인근 다세대주택 2층 창문을 덮쳐 안전조치가 이뤄졌다. 이외에도 도내 곳곳에서 가로수가 꺾여 도로를 침범했고, 강풍을 이기지 못한 신호등과 간판 등이 떨어지는 아찔한 상황들이 이어졌다. 강풍으로 인한 고압선 절단 등으로 제주시 안덕면 사계리 166가구 등 약 260가구에 정전이 발생해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일부 지역에는 수백㎜가 넘는 ‘물 폭탄’이 떨어져 폭우 피해도 잇따랐다. 서귀포시 중문동 일대 하수관이 역류하고, 일부 하천이 갑자기 불어난 빗물에 한때 범람 위기를 맞았다. 제주시 도련1동 도련사거리 인근 도로에서는 지름 약 27㎝ 크기의 싱크홀이 발생해 안전조치가 이뤄졌고, 서귀포시 대정읍 상모리 해안도로 일부 구간이 침수돼 차량 진입이 통제됐다.
제주와 다른 지역을 잇는 하늘길과 바닷길도 이날 하루 모두 끊겼다. 한국공항공사 제주지역본부에 따르면 이날 운항 예정이었던 항공편 463편(출발 231편ㆍ도착 232편) 전편이 결항됐다. 제주공항은 ‘셧다운(shutdown)’ 상태에 빠졌다. 제주를 빠져나가려는 일부 관광객들은 공항을 찾았다가 결항 소식에 발길을 돌렸다. 제주 기점 9개 항로 15척의 여객선 운항도 통제되는 등 전날에 이어 이틀째 바닷길이 막히면서 제주도는 완전히 고립됐다.
태풍 바비는 제주 통과 당시 당초 예상됐던 진로에 비해 서쪽으로 빠지고 이동 속도도 빨라졌지만, 중심 최대 풍속은 초속 45m의 매우 강한 중형 태풍의 위력을 유지했다. 초속 45m의 강풍은 사람이나 큰 바위가 날아갈 수 있는 수준이다. 이날 제주공항에 최대순간풍속(초속)이 32.7m를 기록하는 등 도 전역에 강한 바람이 몰아쳤다. 또한 전날부터 이날 오후 4시까지 한라산 사제비 408.5㎜,, 윗세오름 316.5㎜, 대정 144.5㎜, 제주 115.6㎜, 고산 108.1㎜ 등 많은 비가 쏟아졌다.
제주를 통과한 태풍 바비는 세력을 유지한 채 서해상으로 북진하고 있으며, 전남과 전북 남부, 경남 남해안 등 일부 지역까지 태풍 특보가 발효됐다. 이 때문에 집중호우로 큰 피해를 본 전남 구례ㆍ곡성ㆍ담양군 이재민들은 피해복구도 채 하지 못한 상황에서 또다시 강풍과 비를 동반한 태풍 소식에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전남 영광의 한 주민은 "이달 초 집중 폭우로 큰 피해를 본 작물과 가옥을 수습도 하기 전에 대형 태풍 소식에 한숨만 쉬고 있다"면서 "더 큰 피해가 안 나도록 신경은 쓰고 있지만, 그냥 무사히 지나가 주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충남도도 태풍 북상에 따라 비상근무에 들어갔다. 도는 연근해 어선 5,669척을 대피시키고, 하천, 계곡, 해수욕장은 전면 폐쇄했다. 또 한국철도(코레일)는 장항선과 경전선, 호남선과 전라선 일부 열차의 운행을 중지하는 등 서해안 일대 지역이 태풍 피해 최소화를 위해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