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마을 점령한 환경기피시설 탓 황폐화"
올해 국내 네 번째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된 한탄강 상류 하천이 잿빛 물로 오염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주민들은 하천의 오염원으로 마을에 위치한 토석채취장(석산)과 비료공장 등을 꼽고 있다.
26일 주민이 촬영해 제보한 영상에 따르면 집중호우가 이어지던 12일 포천 영북면 자일리 자일천에 회색빛 물이 흘러가는 모습이 확연하게 관찰됐다. 스치로폼 등 생활 쓰레기도 둥둥 떠 다녔다. 또 다른 제보 사진엔 하천 물이 흰색 오염 물질로 범벅이 돼 흘러갔다. 마을 비료공장에서 나온 시커먼 물이 마을 길을 따라 하천으로 흘러 들어가는 사진도 있었다.
한탄강으로 흘러드는 자일천이 석산에서 나온 돌가루 찌꺼기(슬러지) 등으로 변색돼 오염되는 일이 빈번하다는 게 주민들의 증언이다. 자일천 물은 마을 아래 강포저수지를 거쳐 2~3㎞ 떨어진 한탄강으로 유입된다.
주민들은 마을을 점령하다시피 한 환경기피시설 탓에 마을이 황폐화되고 자일천이 오염되고 있다며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실제 21일 찾은 마을엔 돌을 실어 나르는 덤프트럭이 쉴 새 없이 오가며 분진을 일으켰다. 마을 아스팔트 도로는 돌가루로 뒤덮여 비포장 도로에 가까웠다.
비료공장 앞 도로에는 악취와 함께 시커먼 물이 고여 있었다. 일부는 하얀 거품을 일으키며 하천 쪽으로 흘러 들어갔다. 마을의 또 다른 돈사와 양계장에선 악취가 올라왔다. 마을을 둘러보는 동안 환경기피시설만 어림잡아 10개가 눈에 들어왔다.
김인기 자일1리 주민피해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예전에는 가재가 살던 깨끗한 하천이었다”며 “30년 전부터 마을 산자락에 석산이 들어서고 최근 몇 년 사이 비료공장과 축사 등이 추가로 생기면서 마을과 하천이 죽어가고 있다”고 한탄했다. 이 마을 위쪽 산자락에 위치한 석산은 1986년부터 가동중으로, 현재는 3개 기업이 13만7,000㎡ 석산에서 토석 채취장을 운영 중이다.
한탄강의 젖줄이나 다름없는 하천이 썩어가고 있지만, 허술한 법망 탓에 포천시도 난처한 입장이다. 관리 소홀 등을 틈타 하천 등에 오염 물질을 몰래 버리는 행위를 처벌하기 위해선 방류 현장을 적발해야하는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서다.
포천시 관계자는 “무단 방류로 의심은 가지만, 물환경보전법에 따라 방류 현장을 직접 잡아야 하고 고의성까지 확인해야 해 처벌까지는 어려움이 많다”며 “단속인력을 사업장에 상주시킬 수도 없는 노릇이어서 단속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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