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장은 철거…'분산 주차' 대안 논의 중

서양호 중구청장이 25일 황학동 중앙시장을 찾아 민원이 제기된 이륜차 주차장에 대해 관계자들과 논의 중이다. 서양호 구청장 페이스북 캡처
'이륜차 주차장 잘못 만들었습니다.'
서울 중구 서울중앙시장에 위치한 한 이륜차 주차장에 '사과 현수막'이 걸렸다. 이륜차 주차장을 신설할 당시 주민의 의견을 잘 수렴하지 못해 불편을 끼쳤다며 구청이 사과하는 내용이다. '이륜차 주차장 잘못 만들었습니다. 의견수렴해서 다시 만들겠습니다'라는 문구 아래는 '서울특별시 중구청장'이라는 직함도 담겼다.
이 이륜차 주차장은 안전하고 편리하게 걸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중구가 이달 초 시장 인근에 마련한 것이다. 중앙시장은 평소 300대 이상의 오토바이들이 쉴새 없이 오갈 정도로 주차 수요가 많아 불법 주차 문제로 몸살을 앓아 왔다.
그러나 주차장 신설 후 오토바이들이 대거 몰리면서 그 앞에서 장사를 하던 상인들이 차량 통행과 장사에 방해가 된다며 민원을 제기했다. 이에 서양호 구청장은 25일 직접 현장을 둘러보고 상인들을 만나 사과했다. 구청 관계자에 따르면 서 구청장을 만난 상인들은 "이렇게 직접 찾아와 사과하는 구청장은 처음"이라며 반겼다는 후문이다.

서양호 중구청장이 공개한 시장 상인들을 향한 사과 현수막. 서 구청장은 "사과하자 상인들이 오히려 고맙다고 수박을 내놓으셨다"며 "언제나 진심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서양호 구청장 페이스북 캡처
서 구청장은 26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도 이 현수막 사진을 올렸다. 서 구청장은 "구민 목소리가 배제된 사업은 법적으로 타당하더라도 그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없다는 생각은 구청장이 된 첫 날이나 지금이나 한결같다"며 "이번 일을 타산지석 삼아 주민들과 더욱 깊이 공감하며, 언제나 진심을 다하는 구청장이 되겠다"고 밝혔다.
구청 관계자는 "주민의 의견을 더 들었어야 했는데, 부족했던 부분을 사과하는 마음으로 현수막을 만든 것"이라며 "온라인 글보다는 현장에서 볼 수 있는 현수막으로 사과의 진심을 알리고자 했다"고 전했다.
이어 "상인들과 간담회를 열어 의견을 수렴했고, 해당 주차장은 철거할 계획"이라며 향후 대책을 논의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대안으로 중앙시장 인근 자투리 공터를 활용해 소규모로 분산해서 주차장을 설치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 구청장은 취임 초창기부터 '소통행정'을 강조하며 길 위에서 주민과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 취임 2주년인 지난달 1일에는 중앙시장과 신당5동, 신당동 등을 거쳐 걸어서 출근하면서 주민들과 인사를 나눠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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