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춤한 확진세 더 커져…인천 60명 이상 신규확진
전문가 '3단계' 목소리 높지만, 정부 "금주 지켜봐야"
위중증환자 한때 40명 이상으로 늘어, 위기 고조세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13일째 세자릿수를 기록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효과를 기다려보자"는 방역당국의 말이 무색해지고 있다. 특히 서울ㆍ경기ㆍ인천의 경우, 26일로 2단계를 적용한 지 8일째를 맞았지만 여전히 신규 확진자의 약 75%가 이 지역에서 발생하고 있고, 주말 수도권 이동량 감소세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런 와중에 지역사회 소규모 집단감염과 병상부족까지 현실화되고 있어 3단계 격상 필요성 주장은 더욱 탄력을 받고 있지만, 정부는 여전히 신중론에 머물고 있다.
26일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전일 대비 320명 늘어 누적 1만8,265명에 달했다. 이 중 307명이 지역사회 발생으로, 서울(110명)ㆍ경기(92명)ㆍ인천(27명) 등 수도권에서만 229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수도권 환자 발생은 국내 신규 확진자 수가 다시 100명을 넘어선 14일(72명) 이후 15일(145명)과 17일(163명)을 제외한 10일간 매일 200명을 넘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확산세가 잦아들지 않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날 서울 금천구의 한 화장품 공장에서 19명이 집단감염된 데 이어 인천에서도 61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해 수도권 확진자 규모는 더욱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앞서 정부는 16일 서울ㆍ경기지역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2단계로 격상한 데 이어 19일 이를 인천으로 확대하고, 23일에는 전국에 확대 적용했다. 하지만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안본)가 통신사를 통해 수도권 주민 이동량을 분석한 결과, 단계격상 후 처음 맞이한 주말(22~23일) 동안 휴대폰 이동량은 직전 주말(15~16일) 대비 20.1%(672만건)밖에 줄지 않았다. 지난 2월 대구경북 신천지 발 대유행 당시 이동량이 최대 38.1% 감소했던 것에 비하면 절반 수준이다. 신종 코로나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거리두기 단계 격상에도 불구하고 긴장감이 바짝 죄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비수도권에서도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깜깜이 환자가 줄을 잇고 있다. 이날 정오 기준 경남 김해시 단체여행과 관련해 25일 첫 확진자 발생 후 8명이 추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 김해시에 거주하는 네 가구가 18~19일 전남 화순과 나주에서 함께 여행하며 식사 등 밀접 접촉으로 서로를 감염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 진구 목욕탕 관련해서도 23일 첫 확진자 발생 후 접촉자 조사 과정에서 6명이 추가 확진됐다. 모두 최초 감염경로가 묘연한 상태다.
확진자 수가 연일 200~300명대로 폭증세를 이어가면서 병상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25일 기준 수도권 중증환자 치료병상은 총 319개 중 19개 밖에 남지 않았고, 중증 환자를 위한 감염병 전담병원 병상도 전체 1,705개 중 425개만 환자를 더 받을 수 있다. 최근 2주(12~25일)간 60대 이상 고령환자 비율이 32%로 지난 2주(7월29일~8월11일) 24% 대비 급증했고, 위ㆍ중증 환자 수도 최근 1주(19~25일)간 3배 이상 증가하는 추세를 감안하면 병상이 턱없이 부족하다. 위ㆍ중증 환자는 25일 0시 기준 43명까지 치솟았다.
상황이 급속도로 악화됨에 따라 3단계 격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지만 정부는 "이번 주 발생추이를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내고 있다. 김동현 한림대 의과대학 교수는 "2단계를 시행했음에도 기대 효과가 나타나고 있지 않다"며 "이런 식으로 일주일 더 환자가 발생하면 의료기관이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를 수 있어 3단계로의 격상이 필요하다"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또 "3단계 파장이 커 보이지만 국민이 (방역수칙 지키기에) 적극 참여하고 정부가 적절한 지원을 하면 극복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방역총괄반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내부적으로는 3단계에 필요한 조치들에 대해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면서도 "아직 방역당국의 입장에서 공식적인 3단계 발령과 관련돼 구체적으로 진행하는 것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은경 중대본 본부장도 "2단계 효과에 대한 것들은 이번주 환자 추이를 보면서 판단해야 한다"며 "환자의 전파양상, 새로운 노출자의 발생 범위, 또 확진자가 발생했을 때 그 확진자가 얼마나 많은 동선을 만들었는지 등을 검토하는 게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정 본부장은 이어 "현재의 유행세를 이번 주에 꺾지 못해 3단계로 격상하게 된다면 피해가 막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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