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 "동네병원 문 열어 정말 다행이다"
서울 강동구 명일동의 한 내과 의사 A씨는 26일 평소와 다름 없이 오전 10시부터 진료를 시작했다. 의료계 파업 소식에 환자들이 병원을 찾았다가 혹시라도 그냥 발길을 돌리는 일이 없도록 병원 문도 활짝 열어뒀다고 했다. A씨는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해 주민들의 우려가 큰데 이런 사정을 뒤로 하고 파업에 동참할 순 없었다"고 말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의대 정원 증원 등 의료 정책 추진에 반발해 2차 총파업을 시작했지만 동네 병·의원들은 대부분 문을 열어 우려했던 의료 공백은 발생하지 않았다. 대형병원에서 전공의들이 집단으로 휴진에 들어가면서 수술 일정이 연기되는 등 일부 진료 차질이 빚어진 상황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서울 영등포구 등 주요 도심의 병ㆍ의원 40곳을 둘러본 결과 문을 닫은 병원은 단 3곳에 불과했다. 이 중 한 곳은 지난 14일 의협의 1차 총파업 때도 휴진을 했던 곳이고, 나머지 2곳은 "이달 말까지 휴가중"이라고 안내했다. 이외 병원들은 "평소와 다름 없이 정상 영업을 한다"고 밝혔다.
대부분 의사들은 의료계의 파업 취지는 공감하지만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해 병원 문을 닫을 순 없다고 입을 모았다. 영등포구 비뇨기과 의사는 "1차 때는 파업에 참여했지만 이날은 예약 환자가 많아 예정대로 진료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강동구의 한 가정의학과 의사는 "최근 코로나19 영향으로 영업이 어려운 상황에서 파업까지 나서긴 부담인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동네병원을 찾은 환자들은 안도감을 표시했다. 서울 강동구 주민 최성순(77)씨는 "파업이 있는 줄도 모르고 병원에 왔다"며 "골다공증 검사를 받기 위해 아픈 몸을 이끌고 정형외과를 찾았는데 파업 탓에 문을 닫았으면 정말 허탈할 뻔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강동구 주민 황모(81)씨도 "일주일 전 남편 치료를 위해 신경외과 예약을 잡고 왔는데 예정대로 진료를 봐줘 정말 다행이다"고 안도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국 3만2,787개 의원급 의료기관 중 이날 휴진신고를 한 곳은 3,549곳(10.8%)으로 파악됐다. 총파업 기간인 27일, 28일 휴진 신고율은 5.8%와 4.6%로 집계됐다. 지난 1차 총파업 당시 전국 의원급 의료기관의 약 3분의 1정도가 파업에 참여한 것과 비교하면 파업에 참여하는 병원 수가 크게 줄어든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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