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외교부장 프랑스 방문에 맞춰... 유럽 4번째
차이잉원 "외교 돌파구" 자평, 佛 무기도입도 추진
中 "도발... 분리세력에 자비 없어, 역풍 자초" 발끈
대만이 프랑스에 대사관 격인 대표부를 개설했다. 그런데 시점이 절묘하다. 유럽 5개국 순방에 나선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프랑스를 방문하기 직전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선제적인 ‘대면 외교’로 유럽을 공략하려는 중국을 향해 제대로 어깃장을 놓은 셈이다.
대만 정부는 25일 “프랑스 남부 도시 엑상 프로방스에 대표 사무소를 설치했다”면서 “프랑스와 경제ㆍ문화ㆍ교육 분야 교류가 활발해진 데 따른 조치”라고 밝혔다. 지난해 프랑스를 다녀온 대만인 수는 3년 전에 비해 62% 증가했다. 이로써 대만이 대표부를 개설한 유럽 국가는 독일, 영국, 스위스에 이어 4개국으로 늘었다.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은 “외교적 돌파구를 열었다”고 자평했다. 대만은 지난달 미국령 괌에 영사관 격인 ‘타이베이 경제문화 판사처’를 3년 만에 다시 설치하더니 이달 초에는 아프리카 소말릴란드에도 대표부 문을 열었다. 2016년 차이 총통 취임 이후 중국의 압박에 밀려 수교국이 22개국에서 15개국으로 급감했고 지난 5월 세계보건총회(WHA) 옵서버 참석마저 중국의 반대로 무산되는 등 외교전에서 번번이 고배를 든 것과 비교하면 괄목할 만한 성과다. 중국과 전방위로 격돌하는 미국의 암묵적 지원 덕분에 대만의 ‘틈새 외교’는 속도를 낼 수 있었다.
중국은 “대만의 자화자찬은 정신적 아편과도 같다”면서 “대만의 도발적 행동은 역풍을 자초할 것”이라고 발끈했다. 무엇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으로 유럽을 찾은 왕 국무위원의 프랑스 방문에 맞춰 대만이 뒤통수를 치자 불쾌한 기색이 역력하다.
리하이둥(李海東) 중국 외교학원 교수는 26일 “중국의 내정인 대만 문제에 대해 프랑스가 좀더 신중하게 대처해야 한다”면서 “중국은 대만 분리주의 세력에게 자비를 베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관영 환구시보는 “대만 대표부는 외교적 사안에 관여하지 않고 권한도 제한돼 서비스 업무만 취급할 것”이라며 애써 평가절하했다.
프랑스는 1964년 중국과 수교하면서 대만과 단교했다. 대신 대만 수도 타이베이에 문화교류를 관장하는 프랑스협회를 운영해왔다. 이후 93년 영사기능을 갖춘 사실상의 대표부인 ‘타이베이 사무처’로 격상해 유지하고 있다. 대만이 프랑스로부터 91년 호위함, 92년 전투기를 도입하자 중국이 거세게 항의해 프랑스는 94년부터 대만에 무기 판매를 중단했다. 하지만 대만 해군이 지난달 함정의 미사일 교란 시스템을 프랑스제 최신 장비로 교체한다고 밝히자 중국은 계약 파기를 요구하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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