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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페이오, '관권선거' 논란에도 트럼프 지지연설 강행

입력
2020.08.26 23:3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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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순방 중 이스라엘서 트럼프 지지연설
현직 국무장관 75년래 처음... 외교가 "수치"
현행법 위반 논란 속 "차기 대권? 노려" 관측
트럼프 "수락연설 백악관서" 방침도 도마에

이스라엘을 방문중인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25일 공화당 전당대회에 보낸 영상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이스라엘을 방문중인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25일 공화당 전당대회에 보낸 영상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공화당 전당대회가 '관권 선거' 논란에 휩싸였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해외순방 도중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연설을 강행하면서다. 75년만에 현실화한 현직 국무장관의 노골적인 정치 개입이라 공직자의 정치활동을 제약하는 현행법과 내규를 어겼다는 비판이 거세다. 폼페이오 장관이 이를 모를 리 없다는 점에서 '포스트 트럼프'를 의식한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폼페이오 장관은 공화당 전대 둘째날인 25일(현지시간) 방문지인 이스라엘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 외교가 거의 전 세계 모든 곳에서 대담한 이니셔티브를 주도할 만큼 완전한 성공을 거뒀다"며 트럼프 대통령 지지를 공개적으로 촉구했다. 그는 예루살렘 구도심을 배경으로 한 영상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한 것을 높이 평가하는 등 외교 성과를 부각시키는 데 주력했다.

소재에는 중국ㆍ유럽ㆍ이란 정책과 함께 특히 대북 정책도 포함됐다.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문제)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긴장을 낮췄고 온갖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북한 지도부를 협상테이블에 나오게 했다"면서 "핵실험도 없고 장거리미사일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억류 미국인들의 귀환과 한국전쟁 당시 미군 유해 송환도 거론했다. "중국 공산당의 약탈적 공격이 막을 내리게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은폐 책임을 물었다" 등 '중국 때리기'도 빠지지 않았다.

폼페이오 장관의 이날 연설은 곧장 위법 논란을 불렀다. 민주당은 공직자가 공무 수행 중에 혹은 공직에 따른 권한을 이용해 정치활동을 하지 못하도록 한 '해치법'을 거론했다. 조아킨 카스트로 하원 외교위원회 산하 감독조사소위원장은 "해치법과 국무부 규정 위반 여부를 조사하겠다"고 공언했다. 조 바이든 대선후보 캠프는 성명에서 "세금으로 지원되는 외교공무 중 대통령 재선을 위한 심부름꾼으로 복무하겠다는 폼페이오의 결정은 완전히 수치스러운 것"이라고 비난했다.

국무부는 일단 "폼페이오 장관의 연설은 내부 자원 동원 없이 이뤄진 개인적인 활동"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후폭풍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외교안보 정책이 정파적 이익에서 자유로워야 한다는 공감대를 정면으로 거슬렀기 때문이다. 게다가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달 외교관들에게 정치활동에 부적절하게 개입하지 말라고 한 당부를 스스로 어겼다. NBC방송은 "외교관들이 경악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국무부 차관보를 지낸 "폼페이오는 당파적 역할을 수행하려 국무부를 정치화했다"고 쏘아붙였다.

사실 폼페이오 장관이 이 같은 비판과 논란을 예상치 못했을 리 없다는 점에서 이번 연설을 미래를 내다본 정치행보로 분석하는 의견도 적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도전하는 만큼 '4년 뒤'를 의식했을 것이란 얘기다. 이는 11월 대선과 함께 치러질 상원의원 선거 출마설과도 맞물린다. 뉴욕타임스(NYT)는 "오랜 관행에 도전함으로써 그가 잃는 것보다 2024년 대권 도전을 고려해 정치적으로 얻을 것이 더 많다고 판단한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 여사가 25일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남편을 지지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 여사가 25일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남편을 지지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이날 행사의 하이라이트였던 멜라니아 여사의 연설 장소도 백악관 로즈가든이어서 뒷말이 적지 않다. 최근 코로나19 사태 와중에 진행했던 리모델링이 결과적으로 자신의 찬조연설 무대 꾸미기였던 셈이어서다.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27일 후보 수락연설을 백악관에서 진행키로 한 것을 두고도 "국가 운영과 선거 캠페인의 경계를 허물었다"는 비난이 상당하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런 논란을 싸잡아 "트럼프가 연방정부를 선거운동에 동원하고 있다"고 일갈했다.


워싱턴= 송용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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