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운드리 1위 TSMC, 3분기 삼성과의 격차 벌려
SK하이닉스는 메모리칩 전망 악화에 주가 요동

게티이미지뱅크
삼성전자가 시스템반도체 사업 강화 차원에서 공을 들이고 있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부문에서 시장 1위인 대만 TSMC와의 점유율 격차가 오히려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D램 매출 의존도가 높은 SK하이닉스는 하반기 반도체 경기 하락 우려에 직격탄을 맞아 주가 급락을 겪기도 했다. 업계에선 세계 메모리반도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국내 양사가 시장 규모가 더 크고 경기 변동에도 안정적 수익을 낼 수 있는 비메모리 부문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도로 벌어진 TSMC-삼성 격차
26일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3분기 세계 파운드리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전분기(18.8%)보다 1.4%포인트 낮아진 17.4%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된다. 반면 TSMC는 같은 기간 51.5%에서 53.9%로 시장점유율을 2%포인트 이상 늘릴 전망이다. 이에 따라 시장 1, 2위인 두 기업의 점유율 차는 1분기 38.2%포인트(54.1%-15.9%)에서 2분기 32.7%포인트로 상당폭 좁혀졌다가 이번 분기(36.5%포인트)엔 도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트렌드포스는 TSMC의 3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1% 급증할 걸로 예상하면서, 호황 요인으로 5세대(5G) 통신망 구축이나 언택트(비대면) 산업 확대에 따른 시스템반도체 수요 증가를 꼽았다. 특히 TSMC의 매출 대부분이 회로 폭 7나노미터(㎚, 10억분의 1m)의 초미세 공정 제품에서 발생하고, 최첨단 5나노 공정도 처음 가동돼 3분기 매출의 16%를 책임질 걸로 내다봤다. 삼성전자의 경우 3분기 매출 증가율이 TSMC에 한참 못 미치는 4%에 그칠 전망인데, 트렌드포스는 지난 3월 출시된 삼성전자 플래그십(대표) 스마트폰 '갤럭시S20'의 매출이 저조해 핵심 부품인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발주가 적은 탓으로 분석했다.
"2나노 공장 건설" 치고 나가는 TSMC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TSMC에 비해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회사) 고객의 신뢰를 얻기 힘든 사업구조상 한계를 쉽게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고 본다. 파운드리 사업에만 전념하는 TSMC와 달리, 삼성전자는 칩 설계와 위탁생산을 병행하다 보니 팹리스 입장에선 '경쟁사'이기도 한 삼성에 선뜻 설계도를 넘기며 생산을 의뢰하기가 꺼려진다는 것이다. 지난달 7나노 중앙처리장치(CPU) 칩의 자체 생산 계획을 포기한 인텔 역시 물량을 맡긴 곳은 TSMC였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가 파운드리사업부를 독립된 법인으로 분사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지만 회사는 현행 체제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이런 가운데 TSMC는 2나노 공정을 적용한 신규 공장 건설을 공식화하며 삼성과의 미세공정 경쟁을 가속화하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TSMC는 25일 기술포럼에서 대만 신주 지역에 2나노 공장을 짓기 위한 부지 확보 절차를 밟고 있으며, 내년 연구개발(R&D) 센터 운영을 시작하면서 생산라인 구축을 병행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반도체는 회로 폭이 좁을수록 전력 효율이 높아지고 정보처리 속도가 빨라지는 터라 파운드리 업계에선 회로를 보다 세밀하게 새길 수 있는 능력이 핵심 경쟁력이다. 특히 초미세공정으로 분류되는 7나노 이하 공정 능력을 갖춘 삼성전자와 TSMC 간 공정 개발 경쟁이 치열하다.
"비메모리 키워야 수익 안정화"
비메모리 부문이 미약한 SK하이닉스는 상반기 실적 호조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시장 비관론에 휘둘리는 모습이다. 상반기 메모리반도체 매출을 견인했던 서버용 칩 수요가 과잉 재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장기화 등으로 주춤한 상황이 곧바로 회사 실적 악화 우려로 이어진 것이다. 이 탓에 코스피 시장에서 이 회사 주가는 7거래일(8월10~20일) 만에 12% 가까이 급락하며 한때 시가총액 2위 자리를 내줬다.
SK하이닉스의 품목별 매출 비중(지난해 기준)은 D램 75%, 낸드플래시 19%, 비메모리 6%다. 메모리반도체인 D램과 낸드플래시, 그 중에서도 D램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다 보니 시장 상황에 따라 회사 실적이 크게 변동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 때문에 국내 반도체 업계도 비메모리 역량 강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비메모리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74%로, 메모리 제품(26%)보다 3배가량 크다. 다품종 소량 생산 시장이라 경기에 따른 쏠림이 덜한 점도 비메모리 시장의 특징이다.
김양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5G,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확산에 따라 다양한 비메모리 수요가 파생되고 있어 메모리보다 호황이 예상된다"며 "2022년까지 팹리스 시장은 연평균 10%, 파운드리 시장은 8% 성장할 걸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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