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오넬 메시(33)가 축구 인생을 함께해온 FC바르셀로나에 결별을 요구하고 나섰다. 12년 만에 무관과 8실점 치욕까지 맛본 그는 신임 사령탑과의 갈등까지 겹치자 결국 이적을 택했다. 바르셀로나 간판스타인 메시가 20년 만에 팀을 떠나고 싶어한단 소식에 팬들은 구단 수뇌부에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AP통신 등은 26일(한국시간) "메시가 최근 바르셀로나에 팀을 떠나고 싶다는 내용의 서신을 팩스로 구단에 보냈다"며 "메시와 바르셀로나가 계약 조항을 두고 이견을 벌여, 법적 다툼으로 번질 소지가 있다"고 보도했다.
21세기를 바르셀로나와 시작한 메시는 여태 한 번도 팀을 옮긴 적이 없는 바르셀로나의 대표 프랜차이즈 스타다. 그가 13살이던 2000년 카를레스 렉사흐(73) 당시 바르셀로나 기술이사가 식당에서 냅킨에 급하게 만든 계약서에 메시 아버지가 서명하면서 바르셀로나와 인연이 시작됐다. ‘세상에서 가장 비싼 냅킨’이 된 이 계약서는 2010년 12월 메시와 바르셀로나의 동행 10주년을 기념할 때 공개되기도 했다.
유스팀에서 기량을 쌓은 뒤 2004년 성인팀에 데뷔한 이후 16년간 731경기에 출전해 634골 285도움을 기록했다. 세계 최고 축구선수에게 주어지는 발롱도르 상도 6번이나 받았다. 바르셀로나는 메시의 활약을 등에 업고 최고의 구단으로 자리매김했다. 메시가 팀에 합류한 이후 바르셀로나는 리그 우승컵 10개,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컵 4개, 코파 델 레이(스페인 국왕컵) 우승컵 6개 등을 품에 안았다.
하지만 동행 20주년이자 계약 만료를 1년 앞둔 2020년, 메시는 '무관'이란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 들이며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바르셀로나가 시즌 내내 한 번도 우승컵을 차지하지 못한 건 2007~08시즌 이후 12년 만이었다. 여기에 챔피언스리그 8강전에서 '8실점'이란 굴욕까지 맛봤다.
여기에 팀을 새로 맡은 로날드 쿠만(57) 감독까지 메시에게 "특권은 끝났다"고 경고하며 메시를 화나게 했다. 쿠만 감독은 7개월 만에 경질당한 키케 세티엔(62ㆍ스페인) 감독의 후임으로, 진행 중인 바르셀로나 1군 재건 프로젝트의 중심에 있는 인물이다. 메시의 고국인 아르헨티나 '올레'에 따르면 쿠만 감독은 메시와의 면담에서 "이제껏 누려온 특권은 더 이상 없고, 무조건 팀이 우선"이라며 "나에게 융통성을 기대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이에 결국 메시는 팩스로 이적을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충격적 소식을 접한 팬들은 긴급 이사회가 진행 중인 홈 구장 캄노우에 몰려들어 메시를 지키지 못한 이사회를 향해 분노를 쏟아내고 있다. 스페인 '아스'는 분노에 찬 팬들이 메시의 유니폼을 입고 '바르토메우(주제프 바르토메우 현 바르셀로나 회장) 사임' 등을 구호로 외치는 동영상을 공개했다.
메시와 함께 뛰었던 바르셀로나의 레전드 카를레스 푸욜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모든 결정을 지지한다"며 응원을 보냈고, 여기에 현재 팀 동료 루이스 수아레스(33)는 박수치는 이모티콘을 달았다.
하지만 메시와 바르셀로나의 이별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메시가 '계약 종료'의 근거로 내세운 계약 조항에 대한 해석 차이 때문이다. 메시는 2017년 바르셀로나와 바이아웃(최소 이적료) 7억 유로(약 9,830억원)에 계약을 맺었는데, 이때 ‘시즌이 끝난 후 자신이 원한다면 무료로 즉각 계약을 종료한다’는 조항을 넣었다. 메시 측은 당초 시즌은 6월에 종료됐어야 하지만, 코로나19로 시즌 종료가 늦어졌으니 8월인 지금도 조항이 유효하다는 주장이다. 스페인 언론 '마르카'는 "바르셀로나는 해당 계약서 조항의 효력은 6월 10일에 끝났으며 이적을 허용할 수 없다며 맞서고 있다"고 전했다.
메시 측의 주장이 받아들여진다면 메시는 자유계약 상태가 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1조원에 가까운 천문학적 이적료와 그의 높은 연봉 수준을 감당할 수 있는 구단 만이 그를 쟁취할 수 있다. 대표적인 부자 구단인 파리 생제르맹(PSGㆍ프랑스), 맨체스터 시티(맨시티ㆍ잉글랜드)가 유력한 후보로 거론된다. 특히 맨시티는 펩 과르디올라(49)감독이 메시와 함께 2008~09시즌 바르셀로나에서 트레블(정규리그ㆍ컵대회ㆍ챔피언스리그 3관왕)을 달성한 인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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