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다큐멘터리 '개와 고양이를 위한 시간' 개봉
"달동네 백사마을 내 사람과 동물 이야기 담아"
"올 가을 개식용 문제 다큐멘터리도 준비중"
"도시에서 인간과 동물이 공존하며 함께 행복해질 수는 없을까에 대한 고민을 담았습니다."
임진평 감독

임진평 감독이 27일 반려묘 '래아'와 환하게 웃고 있다. 임 감독은 2017년 10월 다큐멘터리 촬영하는 당시 한 공원에서 구조된 래아를 입양했다. 투아이드 필름 제공
'우리 만난 적 있나요'를 비롯 상업영화를 연출하고 시나리오를 써왔던 임진평(51) 감독이 이번엔 동물 다큐멘터리에 도전했다. 27일 개봉한 '개와 고양이를 위한 시간'은 1년 4개월 동안 서울 마지막 달동네인 서울 노원구 중계동 '백사마을'의 떠돌이 개와 길고양이 이야기를 담았다.
임 감독은 이날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다큐멘터리의 헤드카피는 '집사들을 위한 힐링 다큐'"라며 "동물들이 처한 그늘진 현실을 보여주려고 했지만 그렇다고 누군가를 고발하기 위해 만든 건 아니기 때문에 최대한 밝게 찍으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임 감독은 10년전 영화 촬영 도중 출연시킨 개가 연습을 위해 훈련사로부터 학대 받는 현장을 목격하면서 동물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 임 감독은 "동물 촬영 기준 등이 마련되어 있지도 않은 시절이었다"며 "출연시킨 동물에 대한 미안함을 갖게 됐다"고 했다.

서울 노원구 중계동 백사마을에서 떠돌던 개 '래미'는 주민과 봉사자들의 도움으로 입양가족을 찾았다. 투아이드필름 제공
그러던 중 2017년 언론에 보도된 '들개' 관련 뉴스가 임 감독의 관심을 끌었다. 그는 "주로 재개발 지역에서 사람들이 떠나면서 버리고 간 개들이 산으로 올라가 무리를 지어 들개가 됐다는 이야기였다"며 "갈 곳 없는 떠돌이 신세가 됐을 뿐인데 공격성 등 부정적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는 '들개'로 불리는 게 왠지 공평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때마침 평소 동물권에 관심을 갖고 활동해 온 김성호 한국성서대 교수의 제안으로 백사마을을 찾게 됐고 현장을 기록만 하려던 것이 다큐멘터리 제작으로 이어졌다.

다큐멘터리 '개와 고양이를 위한 시간' 포스터. 투아이드필름 제공
임 감독은 다큐멘터리에 크게 두 가지를 담았다. 먼저 떠돌이 개들이 새 가족을 만난다는 것. 떠돌아 다니는 개들이 지역 주민과 봉사자들의 도움으로 백사마을 내 설치된 유기견 임시보호소 '동행104'를 통해 구조되고 새로운 식구와 함께 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또 반려동물을 잃은 뒤 '펫로스 증후군'을 앓는 이들이 각자의 아픔을 나누고 주위의 따가운 시선을 극복해 가는 모습도 그려냈다.
여기에 다큐멘터리 중간 중간 다섯 명의 시인이 쓴 반려동물을 주제로 한 시를 통해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얘기하고자 했다.

2018년 서울 노원구 중계동 백사마을에는 사람들이 떠나면서 남기고 간 개와 고양이를 위한 음악회가 열렸다. 투아이드필름 제공
특히 다큐멘터리의 하이라이트는 후반부 등장하는 백사마을 개와 고양이들을 위한 음악회. 임 감독은 "음악은 우리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과 때로 침묵할 수 없는 것들을 표현한다는 빅토르 위고의 말에서 다큐의 엔딩을 떠올렸다"며 "많은 이들의 도움으로 백사마을 가장 높은 곳에서 개와 고양이를 위한 클래식 음악회를 열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번 영화은 3월 개봉 예정이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한 차례 미뤄졌다가 이뤄진 것이다. 임 감독은 "다큐멘터리는 특성 상 시의성이 중요하다"며 "코로나 19속에서 개봉이 이뤄져 안타깝지만 지금 해야 할 이야기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다큐멘터리 개와 고양이를 위한 시간에 등장하는 일러스트. 투아이드필름 제공
임 감독은 요즘 개식용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준비 중이다. 임 감독은 "개식용과 관련된 논란은 오래됐지만 여전히 진행 중"이라며 "왜 이렇게 됐는지, 누가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하는지 명확히 알리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영화 예고편 보기: https://youtu.be/xbk3d9b3W8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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