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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한국일보>
25일 MBC 라디오에서 한 간호사가 밝힌 코로나19 진상 환자들의 행태가 충격적이다. 음압병실이 마음에 안 든다며 "1인실을 달라, 창문으로 뛰어내리겠다"고 하고, 영양제 커피 담배 등 온갖 것을 주문하고, 속옷 빨래까지 요구한단다. 전날 서울대병원 최원영 간호사도 숨 막히는 방호복을 입고 삼계탕 뼈를 발라준 간호사 사례를 이야기했다. 간호인력이 허튼 데에 시간과 에너지를 소진하는 문제에 앞서, 사람에 대한 예의를 모르는 모습에 부끄럽고 미안하다.
□ 최 간호사는 병실 내 유튜브 방송에 대해서도 "의료진 명예를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극우 유튜브 '신의 한 수' 신혜식 대표를 가리킨다. 입원 후 방송에서 그는 "이걸 먹으라고 주는 건가" "탕 없습니까?”라고 불평을 쏟아내는가 하면, "간호사와 대판 싸웠다" "외부 음식 반입이 안 된다지만 과일 넣어주면 안 되나"며 대놓고 의료진과 입원 수칙을 무시했다. 차명진 전 미래통합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병실 시설이 안 좋다. 슬리퍼도 없다"고 품평하고, 의사 회진을 '출몰'이라 표현했다.
□ 극우 세력 선동가들이 확진 판정을 받고서도 음모론과 순교론을 주장하는 데에는 대책이 없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는 24일 유튜브 '주옥순TV 엄마방송'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한국을 사회주의 국가로 만들기 위해 교회를 제거하려는 것"이라며 확진과 격리 치료를 '핍박'으로 몰았다. 신 대표는 "죄를 지은 게 없는데 나를 여기 가두나"라며 병원을 '정치범 수용소'라고 일컬었다. 정부의 탄압 때문에 입원했다고 믿는 이들이 의료진을 존중할 리 없다.
□ 진상 환자는 의료진 의욕을 떨어뜨리는 것을 넘어 직업과 인간에 대한 회의를 불러일으킬 법하다. “나만 확진되는 건 억울하다”며 침을 뱉는 일을 당한 검진요원이 트라우마를 겪지 않을까 걱정이다. 정부는 방역 방해 엄단 방침을 밝혔고 시민들도 분노하지만 이게 끝이어선 안 된다. 의료·방역인력을 갈아 넣어 버틴 지가 너무 오래다. 인력을 충원해 숨통을 틔우고 그들이 스스로를 돌보도록 해야 한다. 확진자가 넘치고 의료진은 없는 꼴을 보지 않으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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