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이 시행된 지 25일로 42일째지만 출범은 안갯속이다. 미래통합당이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 2명을 추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여당의 검찰 압박으로 다소 변화는 있겠지만 공수처 설치 찬성 여론이 60~70%대에 달했고 이를 공약으로 내건 더불어민주당이 21대 총선에서 압승한 걸 감안하면 공수처 출범 지연은 다수 국민 뜻에 반한다.
민주당 의원들은 24일 기자회견을 열어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을 8월 말까지 추천하지 않으면 공수처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김용민 의원은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을 여당(2명)과 야당(2명)이 아닌 국회(4명)가 추천토록 하는 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박병석 의장도 이미 8월 말을 추천 기한으로 통합당에 통보한 상태다. 통합당이 태도를 안 바꾸면 공수처법 개정은 정해진 수순이다.
통합당은 2월 공수처가 헌법상 삼권분립 원칙에 반한다며 헌법재판소에 낸 위헌 심판 결과를 지켜본 뒤 절차를 진행하자는 입장이다. 하지만 통합당이 공수처 설치에 극력 반대해 왔고, 헌재 심판 결과도 언제 나올지 알 수 없는 만큼 이는 공수처 출범을 막으려는 술수에 불과하다.
법 발효에도 공수처가 출범하지 못하는 기이한 상황은 지난해 극심한 여야 대치와 패스트트랙 정국으로 허점 없는 법안을 만들지 못한 탓이 크다. 그렇다 해도 높은 국민 지지와 국회 절차를 거쳐 공포된 법의 정상적 시행을 막는 것은 공당의 자세가 아니다. 더구나 2명의 공수처장 후보 추천은 전체 추천위원 7명 중 6명이 찬성해야 가능하다. 통합당은 공수처가 권력 비리에 손 놓고 야당만 겨냥할 거라 주장하지만 공수처장 후보 추천 과정에서 통합당이 얼마든지 권력을 견제할 독립적이고 중립적인 인사를 선발할 수 있는 구조인 것이다. 법이 개정되면 통합당만 손해다. 통합당은 즉각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을 추천, 공수처 출범 절차를 정상화한 뒤 위헌 심판 결과를 기다리는 게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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