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번’은 무슨 뜻인가? ‘오늘 3번 버스를 3번 탔어요’에서 하나는 버스 번호를, 다른 하나는 승차 횟수를 의미한다. 수를 뜻하는 한국말에는 하나ㆍ둘ㆍ셋으로 말하는 고유어와, 일(一)ㆍ이(二)ㆍ삼(三)으로 말하는 한자어가 있다. 두 계통은 각각 달리 쓰인다. 한 시, 한 명, 한 번에서 ‘1’은 ‘한’이지만 일 호, 일 년에서는 ‘일’이다. 평소 한국인들에게는 익숙한 일이지만, 외국인이 1시 1분을 읽어야 한다면 ‘한’과 ‘일’을 구별해야 해서 참 어려워한다.
순서를 말할 때도 고유어와 한자어 두 계통이 있다. 하나, 둘, 셋 등에 옛말 ‘자히’가 붙은 첫째, 둘째, 셋째 등은 고유어 계통이다. 일, 이, 삼 등에 차례를 정하는 제(第)를 붙인 제일(第一), 제이(第二), 제삼(第三)은 한자어 계통이다. ‘제일’은 ‘첫째’와 비슷한말이고 한 단어라서 ‘제 일’로 띄워 쓸 수 없는 말이다. 오히려 ‘제일 회, 제일 장’처럼 단위명사를 떼서 적어야 한다. 다만 아라비아 숫자와 함께 쓸 때 ‘제1막 제2장’처럼 붙여도 되는데, 문자가 다르면 시각적 경계가 생기기 때문에 허용되는 것이다.
‘제 1회’는 공공문서나 책의 제목, 길거리 현수막 등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오류이나 ‘제일, 제1’의 이력을 알고 보면 ‘제 1’은 처음부터 없는 말이다. 영어 fourth를 four과 th로 떼서 쓰지 않는다면 우리말 ‘제4’도 한 몸처럼 두면 된다. 굳이 외국어를 예시로 드는 이유는 때로는 외국어가 자신의 익숙한 언어생활을 객관화해 주기 때문이다. 익숙하면 편히 대하는 것, 말도 삶의 일부라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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